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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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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진한 초록으로 변한 상림(上林)은 생각보다 서늘하다. 울창한 나무들이 한 자락의 햇살도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습한 기운에 마음까지 축축해진다. 하지만 이내 연초록에서 진한 초록으로 변해가는 활엽수목의 잎들로 상쾌해진다.

숲은 수십년에서 수백년 된 고목들로 가득하다. 아무렇게나 가지를 뻗은 참나무와 느티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서어나무…. 120여종 2만여 그루의 낙엽활엽수가 드리우는 녹음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특히 숲을 가로지르는 개울을 따라 나있는 오솔길이 정답다. 길섶에는 아직까지 낙엽이 뒹군다. 숲속 흙길을 걷고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초여름에 밟아보는 낙엽까지. 산책로로 이만한 곳이 있으랴. 함양 상림의 낭만은 그래서 특별하다. 운동 나온 주민들은 종종걸음으로, 데이트 중인 연인들은 이곳에서 느긋하게 여름을 맞는다.

이 숲은 통일신라 때 대학자 고운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부임하고 나서 조성했다. 무려 1천100여년 전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인공활엽수림이다. 원래 목적은 홍수를 막기위한 것. 하지만 인공적인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1.6㎞의 강둑을 따라 이어진 고목들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숲 바로 옆으로 나있는 도로엔 차들이 분주하게 지나가지만 일단 숲 속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느긋해진다. 수백년을 홍수로부터 함양 고장을 지켜낸 고목들에 대한 믿음 때문 아닐까. 그래서 상림에선 숲을 보지못하고 나무만 보는 아둔함도 용서된다. 사운정, 화수정, 초선정, 함화루. 숲길따라 정자들이 즐비한 것도 말없이 한자리를 지켜내는 고목들을 닮으려 한 선인들의 지혜다.

▶가는 길=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IC에서 내린다. 통행료를 계산하면서 문의하면 상림 가는 길을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이곳에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아예 상림 찾는 길을 표시한 인쇄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함양 상림은 개울을 따라 나있는 오솔길이 정답다. 짙은 신록과 초여름까지 쌓여있는 낙엽 흙길이 묘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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