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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설움 '훌훌' 늦깎이들의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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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해냈습니다. 지금부터는 좀더 당당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일 오후 8시 영주시 보훈회관 지하 1층의 10평 남짓한 영주청년학교에서는 그동안 야학으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20명의 학생과 교사, 자원봉사자, 축하객들이 한데 어울려 졸업식을 갖느라 한바탕 법석을 떨었다.

"오늘 영광의 졸업식을 맞은 여러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람되게 활용해 한 알의 열매를 얻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김석일(55·영주시의회 전문위원) 교장 선생님의 축사가 분위기를 잠재웠다. 김 교장은 또 "어려운 환경과 저마다의 사연으로 배우지 못한 설움을 덜어 주려 야학을 마련했는데 뒤늦게 배우겠다며 용기를 내준 학생 여러분께 찬사를 보낸다"면서 "앞으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어 학생 대표로 나온 주부 한미숙(40·영주시)씨는 "어렵사리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의 자존심을 다칠까 조심스레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라는 답사를 하자 분위기는 순간 숙연해졌다. 축사와 답사가 끝나고 상장 전달과 사진촬영 및 꽃다발 전달 등 조촐했지만 어느 졸업식 못지않은 졸업식이었다.

이날 졸업생들은 19세부터 52세의 가정주부, 회사원 등 연령과 직업도 다양했다. 남다른 졸업식을 가진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쑥스러움이 가득했다.

보통 3년 만에 졸업하는 관례를 깨고 최단 기간인 45일 만에 식당운영과 야학, 가정주부로 1인3역을 하며 만학의 꿈을 이룬 김인숙(51·영주시 하망동)씨는 "배움의 길을 열어준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날 가장 어린 나이로 졸업의 영광을 누리게 된 권중호(19)군은 "해병대 부사관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훌륭한 군인이 되어 사회에 은혜를 갚겠다"며 기대해 보라는 듯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999년 지역에서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야학의 영주청년학교는 지역 중·고교 현직교사와 공무원 등 30명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데 지금까지 10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 교장은 "진학을 못한 지역 청소년들과 배움에 목말라 하는 만학도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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