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더불어 살기

창 밖으로 보이는 초여름 풍경이 평화롭다.

계절은 벌써 여름이건만 경제는 아직도 한겨울인가 보다.

한동안 숙졌던 사기성 방문판매의 피해를 하소연하는 신고와 상담이 부쩍 늘었다.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의 허술한 주머니와 공짜심리를 노리는 수많은 기만적인 판매수법들이 난무한다.

악덕 방문판매업자들이 공짜관광 또는 경로잔치를 핑계로 노인들을 유인해 건강보조식품 등을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선전하며 판매한다.

판매 후에는 반품과 청약철회를 못 하도록 아예 종적을 감추어 버린다.

또 일부 자동판매기 판매업자들은 미장원이나 소규모 음식점 등 사업형편이 어려운 업소를 찾아다니며 자판기만 설치하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감언이설로 꾀어 고가의 자판기를 판매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속아서 자판기를 들여놓았지만 매월 꼬박꼬박 돌아오는 물품대금청구서로 인해 업소 주인들은 한숨 짓고, 뒤늦게 자판기 구입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계약을 해지하지만 엄청난 손료만 부담한 채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악덕 상행위가 버젓이 활개를 치지만, 이들의 교활한 탈법과 도마뱀이 스스로 꼬리를 자르듯 종적을 감추는 한탕주의 앞에는 법과 제도도 무기력할 뿐이다.

이런 일들은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삶의 희망을 앗아감으로써 우리 사회를 불신과 냉소의 골을 더욱 깊게 할 뿐이다.

자기 지갑은 자신이 지켜야 하겠지만, 곤궁한 처지의 이웃들이 이런 안타까운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할 방책은 없을까? 무심한 법과 제도로는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 따뜻한 보살핌, 즉 '이웃사랑'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소외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하지 않도록 내가 가진 생활의 지혜를 반가운 인사와 함께 나누어 보자. 절망을 경계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경제(Economy)의 어원도 '더불어 살기'이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가맹사업거래과장 최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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