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로또 공화국

로또(lotto)는 '행운'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라고 한다.

이제는 복권을 의미하는 보통명사가 되었지만, 고유의 의미로는 기쁨과 희망을 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오히려 슬픔과 절망을 주는 말이 아닌지….

로또복권이 처음 발행되었을 당시의 열풍이 새삼스럽다.

로또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팔백수십만 분의 일의 요행이 자기 것인 양 일확천금의 인생대역전을 꿈꾸었다.

직장마다 로또계가 등장하고 로또복권이 최고 히트상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한동안 우리 사회는 로또환상에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로또가 가난한 자의 작은 돈을 모아 부자들의 큰 돈을 만드는 수단 중의 하나라는 사실과 눈밭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은 냉엄한 자본의 속성에 대하여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로또복권의 환상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이 땅에 또 하나의 로또광풍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지소유자 중 상위 1%인 약 10만 명(법인 포함)이 전 국토의 45%를, 상위 10%가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2년 동안의 지가상승으로 상위 1%에 속하는 이들은 1인당 18억 원의 자산이 늘었다고 한다.

가히 로또에 당첨된 것과 진배없다.

이들의 부동산로또로 온 나라가 투기장이 되고 있다.

특정지역의 아파트값은 일 년 새 두 배로 뛰고, 봉이 김선달식 투기와 편법투성이 부동산 투자클럽이 춤을 춘다.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토지와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한다.

한마디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웬만한 아파트 한 채만 팔면 중소기업 몇 개는 살 수 있고, 평생 뼈 빠지게 일한다 해도 집 한 채 장만은 그림의 떡인데 누가 땀 흘려 일하고 기업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가까운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고금을 막론하고 극심한 빈부격차는 그 사회를 붕괴시켰다.

특히 한정된 토지, 공공재를 이용한 불로소득이 원인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작은 아파트 하나도 못 가진, 당첨확률이 높은 부동산로또에는 참여조차 할 수 없는 서민들의 '로또공화국'을 바라보는 시린 눈빛이 처연하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가맹사업거래과장 최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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