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耳順넘어 시작, 이젠 '컴도사'됐죠

구룡포서 양식장 운영 강재권씨

광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강재권(65·포항시 구룡포읍)씨. 그는 구룡포에서 '컴퓨터 도사'로 통한다.

강씨는 그러나 정작 컴퓨터에 대해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중졸 학력이 전부. 컴퓨터는 순전히 독학으로 깨우쳤다.

강씨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년 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내 때문이었다.

입원 생활에 무료해 하던 아내가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면 따분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끝에, 자녀들에게 부탁해 작은 컴퓨터 1대를 병실에 들여놓았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컴퓨터에 작은 이상이 발생해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자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강씨는 곧바로 관련 서적을 사 밤낮으로 탐독했다.

컴퓨터를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혼자서 연구에 매달렸다.

"처음엔 까막눈이었지. 근데 독학하고, 모르는 것은 아들에게 물어가며 공부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구."

중고 컴퓨터 재생에 재미를 붙인 강씨는 부품을 구하기 위해 컴퓨터 판매점과 고물상 등지를 숱하게 헤맸다.

지금은 소문이 나 집에서 쓰지 않는 컴퓨터 부품이 있거나 버리는 컴퓨터가 있을 경우 곧 바로 강씨에게 연락이 온다.

안동에 사는 여고생이 고장 수리를 위해 강씨에게 택배로 컴퓨터를 보내오는가 하면, 대구·경산 등지에서도 고장 수리 부탁이 들어오기도 한다.

고쳐주는 것은 무료다.

"컴퓨터 수리점이 많은데도 늙은이 한테 고쳐 달라고 하니 이 얼마나 고맙나. 잘 고쳐서 학생들이 잘 쓰면 기분 좋지."

한달 평균 6대 정도 컴퓨터를 조립·제작하는 그는 지난해에 구룡포종고 등 학교에 12대의 컴퓨터를 제작해 기증했다.

장애인 가정에도 4대를 보내는 등 대구·경북에 모두 40여 대의 컴퓨터를 기증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찾는 사람이 적다.

학생들이 고사양 제품을 선호하는데 비해, 자신이 만드는 컴퓨터는 사양면에서 최신 제품에 뒤지기 때문이다.

또 고장 수리도 적극적으로 하려 해도 기존 판매점이나 수리점의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꼭 필요해서 찾는 곳이 있으면 그때 그때 제작해서 기증하려고 한다.

강씨는 자신이 만든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만들 생각이다.

"컴퓨터가 없어 힘들어 하는 가정이나 어려운 학생들에게 내가 만든 컴퓨터가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큰 기쁨이 어디 있겠어."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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