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게다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내는 웅장한 소리는 위압감마저 준다.
하지만 공장마다 크고 작은 제품이나 자재들을 이리저리 안전하게 운반하는 데는 크레인만한 게 또 없다.
한방으로 결정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크레인 안은 어떨까. 말 그대로 절대고독(絶對孤獨)의 세계다.
"크레인 운전실은 좁은 장소에서 8시간 내내 혼자서 근무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하면서 결코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근무형태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므로 즐겁게 일하려고 자기최면을 걸기도 하죠."
포항제철소 9천여 직원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하는 제강부 2연주공장 김봉주(45)씨의 명쾌한 직업관이다.
17m와 34m 높이의 크레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김씨는 크레인 운전 경력 5년째. 그 전에는 유틸리티 설비운전·관리를 20년 정도 했다.
왜 갑자기 크레인을 잡았을까.
"언젠가 한번 크레인을 운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들더라고요. 높은 곳에서 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요. 어찌 보면 모험이었지만 고정관념에 얽매이는 것보다 변화하는 모습을 찾아보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높은 곳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은 생리현상 해결. 화장실까지 갔다 오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그는 특히 설사가 났을 땐 엉덩이를 들썩들썩거려야 한다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작업자 간의 수신호 맞추는 것도 어렵다.
서로 수신호가 잘 맞아야 작업능률이 오르고 안전이 최대한 보장되지만 외부에서 온 작업자들과 일을 하다 보면 신호연락체계가 달라서인지 신호방법을 잘 몰라서인지 일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포스코와 출자회사 직원들은 지정 신호방법이 있어 서로 잘 알아볼 수 있는데 외부작업자들과 일할 땐 무전기를 이용하든지 만국 공통어인 손짓발짓으로 최대한 몸동작을 크게 해서 의사전달을 하죠."
한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중일 때만큼은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그래서 김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선시하는 것도 다름아닌 '안전'이다.
안전에 관한 한 그는 완벽주의자라는 것이 동료들의 말이다.
불편한 점이 있는 반면 좋은 점도 있다.
크레인에 앉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모든 것이 작게 보인다.
평소의 눈높이와 다르기 때문에 사물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는 것.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바라볼 때 마음이 겸허해지는 것처럼 스스로 겸손해지는 자신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한다.
비록 꽉 막힌 공간이지만 그곳은 자신을 수양시키는 공간과도 같다.
김씨는 크레인 운전 말고도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지난 1983년부터 시작했다는 사진은 거의 전문작가 수준이다.
그림도 무척 잘 그린다.
1999년에 사진과 그림을 이용,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안전활동사례집의 그림 대부분도 자신이 직접 그릴 만큼 소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것저것 재주도 많고 붙임성이 좋은 김씨가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려 인기가 높은 것은 불문가지일 터.
변화를 즐기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사는 김씨는 크레인 운전자로 서슴지 않고 변신했듯 자신의 삶에 아름다운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또 한번 과감히 변신을 선택할 생각이다.
김씨의 좌우명도 '인간다운 향기가 피어나는 사람이 되자'다.
사람냄새가 풋풋하게 풍기는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업을 위해 다시 크레인에 오르면서 "안전! 좋아!"를 크게 외치며 또다시 절대고독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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