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의 75%를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이달 들어 잇따라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했다. 올 초에 비해 20달러 가까이 값이 오른 것. 기업들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중소업체들은 "폐업 직전"이라는 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숨만 쉬고 삽니다
대구 달성공단의 한 석유화학업체. 이 업체 사장은 "공장 운영 20년 만에 요즘처럼 어려운 때는 없었다. 숨만 겨우 쉬고 있다"고 말했다. 유화제품을 원료로 쓰레기봉투 등을 만드는 이 업체는 직원의 3분의 1을 내보냈다고 했다. 상무는 물론 경리사원도 회사를 떠났다. 원가 상승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필요인원만 남기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쓰레기봉투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은 지난해 t당 70만 원에서 올 들어서 t당 120만 원으로 2배 가까이 올라버렸다. 국제유가가 급등, 유화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이재학 대구경북합성수지공업협동조합 상무는 "제품 원재료비는 2배 가까이 뛰었는데 조달청의 쓰레기봉투 조달가격은 올 초 겨우 8% 올랐다"며 "유화제품을 원료로 쓰는 중소업체들이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달성공단의 또 다른 업체. 산업용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이 업체는 유가 상승으로 제품원가는 오르지만 납품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오히려 주문을 내는 업체쪽으로부터 제품가격을 더 낮추라는 요구만 내려오고 있다는 것.
기름을 많이 쓰는 염색업체들 허리도 휘고 있다. 공정의 주원료인 벙커C유 가격 급등 때문이다. 대구경북염색조합에 따르면 조합 공동구매 벙커C유 가격은 지난달 현재 ℓ당 401원. 지난해 같은 시기(319.7원)보다 25%가량 올랐다(표2 참조). 특히 올 들어서는 1월 343.09원→3월 372.02원→5월 401원 등의 추이로 매달 껑충껑충 뛰고 있다.
염색조합 관계자는 "적정 채산성을 맞추려면 벙커C유 가격이 310원선까지 떨어져야 한다"라며 "가공료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성소다, 염료 등 부자재 가격도 함께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부담 덜어주는 정책 절실하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14일(현지시각) 51.0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일과 10일 배럴당 각각 50.01달러, 50.08달러를 넘어선데 이은 것이다(표2참조). 지난달 평균가격이 45.5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 평균가격 49.26달러를 나타내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평균 33.64달러, 2003년 평균 26.79달러와 비교하면 2년새 두배 가까이 뛰었다. 하반기 석유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원유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당분간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원유가격 연평균치가 전년에 비해 5%p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2%p 떨어지고 소비자 물가지수는 0.2∼0.4%p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장기불황에다 유가상승까지 겹쳐 침체의 터널이 끝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구 달성공단의 한 업체 대표는 "기업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한시적으로나마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리는 정책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것이 산업연수생제도 폐지 및 고용허가제 일원화 정책인데 이웃 업체를 보니 고용허가제를 시행하고 나서 임금이 40%나 올라버렸다. 결국, 고용허가제만 시행하는 것은 영세업체들에게 모두 문을 닫으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유가 상승, 환율 급락 등 경제가 비상 상황인데 정부는 현실도 모르면서 이상적인 제도 시행에 매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진목 대구달성산업단지관리공단 업무과장은 "유가 급등, 원자재가 상승, 환율 하락, 인건비 상승 등 기업들이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업들 스스로 이 위기를 벗어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기업들의 목소리를 담아주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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