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동영-김정일 면담…전문가 반응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7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전격 회동, 핵사찰 용의를 밝힌 것은 " 새로운 얘기이며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며 6자회담 복귀나 비핵화 의지 천명 등도 크게 주목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기존의 관례를 벗어나 남측을 통해 '7월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 고위급 수준의 신뢰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남북관계의 전기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임을 전제, "하지만 향후 실천과정에서 북측 실무진이 기대에 어긋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고유한 동국대 교수 = 북핵 및 남북관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정리하면 7월에라도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뜻을 북한이 밝혔다.

이는 북한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은 유일체제로 그 속성상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핵문제 해결에 큰 방향을 잡은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도 더 이상 궁지에 몰려 버틸 방도가 없을 것이다.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큰방향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최종 결정만 남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담에서 남측을 통해 다양한 얘기들을 들어보고 최종 결심을 하겠다는 것으로 7월 복귀설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굉장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이는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이 미국을 존중하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있는데도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나름대로 호소하는 것이다.

남북 관계에서도 남북간 대화와 경협, 인도적 문제 등 전반에 대해 원상회복을 하고 남북 사이에 할 일은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 및 북미관계를 정체시켜 오히려 고립됐고, 위기설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북미접촉과 남북대화를 동시에 추진,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자극하고 미국에 영향력을 발휘,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중국과 한국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나름대로 조건만 마련해주면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 등 보다 확보한 의지를 보여주면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북한으로서는 일정하게 핵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갖기로 결정한 것 같다. 6자회담 복귀시기는 북한이 미국의 앞으로 태도를 봐가며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남북차관급 회담을 재개한 것도 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풀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기대에 부응한 것으로 판단된다. 6자회담 재개에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문제는 이후 실질적 진전이 중요하다.

남북관계와 관련, 그동안 참여정부의 장관급 정도의 정상화가 아니라 기존 남북관계를 뛰어넘는 진전된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에 대해 진전된 내용이 있으면 중국이나 미국을 상대하면서 밝혀왔지만 이번에는 남한을 통해 7월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 것이다.

그동안 참여정부와 남북 최고위급 수준의 신뢰가 부족했는데 이번 면담으로 김대중 정부와 비슷한 고위급간 정치적 신뢰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김 위원장의 '사찰 용의' 천명은 새로운 얘기이자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다. 또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사찰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함으로써 공을 미국에 넘긴 모습이다.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늘 강조해 온 검증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은만큼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주목하면서 6자회담 복귀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전반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반면, 미국의 반응이 보이지 않으면 민족공조에 호소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황인 만큼 4차회담에 복귀하더라도 남북협력의 무드가 지속될 수 있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향후 실천과정에서 북측 실무진이 기대에 어긋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 = 북한의 대미전략 목표는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미국으로부터 궁극적으로 관계정상화를 보장겠다는 전략이지만 부시 행정부 들어 강경한 대북 정책으로 딜레마에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남한이 양측의 의사소통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호응해 6자회담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해 비핵화 의지와 성의를 보인 만큼 미국도 전향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미국과 관계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 대해 정권교체 의지를 버리고 평화공존 의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해 왔으며미국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본다.

김정일 위원장이 '적절한 때가 되면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핵문제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트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기조실장 = 북한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바꾸면 6자회담에복귀하겠지만 미국 태도가 아직 명확지 않아 주저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미국의 입장만 명확하게 확인되면 복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뜻으로 사실상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북한 입장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문제가 너무 나갈경우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말처럼 금방 핵실험을 하고, 금방 핵을 만들어 공포하는 행동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유화적이고 완화된 표현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이 완화된 입장을 취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 각하'로 호칭한 것은 그동안 미국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으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때문에 미국이 조금만 명분을 주면 6자회담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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