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복 제조업체 3곳에서 학부모들이 교복을 저가에 공동구매하는 것을 막고 판매가격을 담합한 것과 관련, 제조사가 학부모들에게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정헌 부장판사)는 20일 서울 등 전국 46개 지역 학부모 3천525명이 "제조사들의 가격담합으로 부당한 가격에 자녀 교복을 구입했다"며 제일모직 등 대형 교복제조업체 3곳을 상대로 낸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2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배상액인 2억 원은 재판부가 국내 교복 시장현황과 공동구매 가격 등을 따져 교복의 적정가격을 이들 업체 판매가격의 80%로 판단, 학부모들이 비싸게 산 만큼을 모두 합한 액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업체들은 지역총판과 전국 대리점 대표들이 모인 '협의회'를 통해 담합한 학생복 가격을 유지하고 다른 중소업체의 입찰을 방해하는 등 학부모들의 교복 공동구매를 저지하도록 지시, 독려한 점이 사실로 인정되며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 SK네트웍스, 새한 등 피고 업체 3곳은 연간 3천억 원 규모의 교복시장에서 지역별 카르텔 결성이 쉬운 점을 이용, 1999년부터 3년간 전국대리점 대표 등이 모인 중앙 및 지역협의회를 통해 가격을 담합하고 공동구매를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2001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자율적'으로 결성한 협의회 활동을 불법행위로 본 것은 부당하므로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각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은 이들 청구를 모두 기각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소송을 이끌어 온 서울 YMCA측과 담당 변호사는 "이 판결은 담합행위를 한 기업들이 손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직접적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첫 사례"라며 "소액이지만 수많은 경제적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사회구조상 '집단소송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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