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영화>씬 시티

프랭크 밀러(48), 로버트 로드리게즈(37), 쿠엔틴 타란티노(42). 셋이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여타의 설명은 불필요해 보인다.

그만큼 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그래서 세 사람 모두 지극히 마니아적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세상의 어두운 면만을 파고드는 데다 감성은 늘 과잉이지 않은가.

그러나 꼭 그들에게 열광하는 관객이 아니어도 '씬 시티'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그만큼 이 영화에는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가 풍부하다.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과 강렬한 영상, 뇌쇄적인 색감, 기발한 만화적인 상상력…. 제목 그대로 영화는 악당들과 부패로 곪아 터진 범죄의 도시를 해부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 이야기가 얽혀 있다.

은퇴를 앞둔 형사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은 상원의원 아들 로크에게 납치된 11세 소녀 낸시를 구하려다 실패한다.

그는 이 사건 후 로크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으로 간다.

8년 후 낸시(제시카 알바)는 스트립 댄서로 그의 앞에 나타난다.

건달 마브(미키 루크)는 하룻밤 사랑을 나눈 금발 여인 골디의 살해범으로 몰린다.

골디의 복수를 다짐한 마브는 살인사건 배후에 엄청난 세력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창녀들이 장악한 올드타운에서 부패한 형사반장 재키 보이(베네치오 델 토로)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에 휘말린 사진작가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는 창녀들과 함께 범죄를 은닉하려다 경찰들과 한판 전쟁을 벌인다.

영화는 프랭크 밀러의 원작 만화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놓았다.

프레임 하나하나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러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의 대가 프랭크 밀러의 작품이 스크린에서도 그 특유의 '맛'을 잃지 않았다.

정교하고 파워풀한 원작 만화의 느낌이 영화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기 때문. 영화화를 반대하던 원작 만화 팬들이 개봉 후 영화에 대해 비교적 높은 별점을 매긴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비주얼로 승부를 거는 이 영화는 흑백 톤을 기본으로 때에 따라 빨간 색과 노란색, 초록색과 형광빛 흰색을 포인트로 삼았다.

덕분에 이들 칼러는 선명하게 도드라지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면 잔혹한 부분에서는 오히려 컬러 사용을 자제해 끔찍한 톤을 상당히 줄이는 효과를 냈다.

폭력과 매음이 판을 치고 경찰과 성직자들의 부패는 손을 댈 수가 없다.

레즈비언 미녀와 식인 괴물까지 등장하는 이 영화는 분명 불쾌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단순명쾌하면서도 만화적인 표현방식이 영화를 구제한다.

머리를 쳐내는 장면들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저리 가라지만 영화가 과시하는 독특한 스타일은 신선하다.

프랭크 밀러가 극중에 비교적 주요 카메오로 출연한다.

30일 개봉,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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