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대구경북지역 수출은 14.5% 증가한 170억 달러, 수입은 7% 늘어난 103억 달러를 기록, 66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 101억 달러의 62.9% 규모다.
하지만 지역 중소수출업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증가세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각종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실상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하늘만 쳐다볼 뿐'
달성공단 내 제직업체 ㅇ섬유. 지난해보다 수출이 30% 정도 줄었다. 수출이 감소한 것도 문제지만 팔아도 돈이 되지 않는 게 더 큰일이다. 이 회사 섬유제품의 수출단가는 지난해 야드당 1.5달러에서 올 들어 1.3달러 밑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산 제품의 유입과 동종업체 간 경쟁 때문에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출단가는 떨어진 상태에서 생산비용은 늘어나고 환율마저 떨어져 손에 쥐이는 돈이 없다"라고 말했다. 아예 수출을 포기하고 싶지만 거래처 유지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다고 이 관계자는 하소연했다.
차량용 AV시스템을 만드는 대경인터컴. 이 회사 형편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올 상반기 250만 달러를 수출해 지난해 수출총액 7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 1999년 회사 설립 이래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해 남들보다 빠르게 신제품을 개발해온 덕분이다. 부품구매처를 다양화하고 품질 개선을 통해 제품 단가를 높이는 등 생산성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에는 두 손 다 들었다.
이 회사 이수역 사장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원가구조를 낮추고 있지만 환율을 대처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기 힘들어 하락 폭만큼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세 가지 악재(惡材)
환율 하락, 수출단가 하락, 원자재 값 상승. 이 세 가지 악재가 지역 중소기업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천150원대에서 올 들어 한때 세자릿수로 떨어지면서 1천 원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수출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4분기 수출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수출채산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했다.(표 참조).
여기에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 두바이유를 비롯한 철강재, 플라스틱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생산비용은 크게 늘어났다.
각종 기관에서 발표한 수출 관련 조사 결과도 나쁘게 나타났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수출중소기업 13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급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86.2%가 기업채산성이 악화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업체의 88.2%가 이익 감소 혹은 적자 수출이지만 수출을 계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5월 중 수출입 물가동향'에서도 지난달 수출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떨어졌다. 2002년 1월(-12.1%)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중기 살리기에 정부 나서라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전문인력과 자금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안경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과 차별화한 제품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외부환경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중소기업으로서 어려움이 크다"라며 "어려운 중소기업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김춘식 지부장은 "지역수출 증가의 대부분은 구미의 휴대전화, 포항의 철강 등 대부분 대기업 위주"라며 "대기업은 환율 하락에 대한 면역이 생긴 데다, 일부는 중소 협력업체에 전가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췄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