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약분업 5년…약사들의 비애

"가족 중에 의사라도 없으면 약국 운영이 점점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달 1일이면 5주년을 맞는 의약분업 실시 후 병, 의원 인근으로 모인 약국들은 '처방전 약발'에 따라 울고 웃는다. 지난 달 달서구에서 약국 문을 연 40대 약사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의원 원장으로부터 3천여만 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 이 약사는 불쾌했지만 이 병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을 기대하며 요구를 들어줬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모 약사는 의원이 있는 한 건물에 빈 점포가 있는 사실을 알고 이 곳으로 약국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빈 점포는 이미 의원 원장이 임대해 둔 상태였으며,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인테리어 비용과 권리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개업 4년째인 중구의 한 소형 약국은 옆 건물에 의원이 있어서 처방전 환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의원 건물 1층에 약국이 들어서면서 처방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약국 약사는 "의원 건물에 약국이 없어서 개업을 했는데 갑자기 의원 건물의 주인이 1층의 점포를 나눠 약국을 유치하는 바람에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건물 임대료도 병, 의원이 있으면 약국은 다른 업종에 비해 2~3배나 비싸다.

서구에서 10여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 약사는 "처방전 환자가 별로 없어 병, 의원 인근으로 옮길 생각을 수 차례 했으나 임대료가 다른 업종에 비해 2배나 비싼데다 개업한 이후 임대료를 턱없이 올리는 경우가 많아 주저앉고 말았다"고 했다.

수성구 ㅅ약국 김모 약사는 "1억~2억 원을 투자해 병, 의원이 있는 건물에 입점했다가 1년도 되지 않아 병, 의원이 이사가는 바람에 낭패를 보는 약사들이 많다"고 했다.

구본호 대구시약사회 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병, 의원 인근 약국들이 큰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며 "실제 하루 100건의 처방전을 받을 경우 월 평균 1천여만 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하지만 여러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약사의 순수익은 300여만 원에 불과하며, 이 마저도 전체 약국의 20% 정도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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