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영관의 인물탐방-김영준 다음기획 대표이사

"음악 공연 최고 선물은 즐거움 주는 것"

음반·공연 기획제작자인 김영준(金英俊·43) 다음기획 대표이사는 "음악 공연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한다. "즐겁고 재미있게 하자"는 게 공연 회의의 요지다. 남을 즐겁게 하려면 우선 자기부터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 없으면 아예 하지 말자고 한다. 즐거움과 재미가 그의 상품인 셈이다.

대학시절 그는 열렬한 운동권이었다. 졸업 후 친구들이 노동 현장을 비롯해 사회 곳곳으로 흩어질 때 그는 문화운동을 선택했다. 운동권 노래를 만들고 테이프를 전국으로 배포했다. 그러다 가수 정태춘이 매니저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해 왔다. 일정을 관리하고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매니저 생활은 고되고 힘들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매니저 생활 5년 만인 95년 아예 음반제작기획사를 차렸다. 고용관계로만 보면 피고용인이던 매니저에서 가수들을 고용한 회사대표로 변신했다. 몇 년 간은 운영비를 대는데도 허덕일 만치 적자였다. 그러나 정태춘·박은옥을 비롯해 윤도현 밴드, 강산에, 김C, 뜨거운 감자 등 소속 가수들이 한번씩 대박을 터뜨려 준 덕에 회사는 업계 유력주자로 올라섰다.

그가 보는 음반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시장 구조는 온라인으로 바뀌었으나 그에 따른 시장질서는 아직 우왕좌왕이다.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데는 음반업계의 합의가 쉽지 않은 탓도 있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문화에 대한 지원이나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 불만이다.

공연시장도 바뀌고 있다. 음악성을 최고로 치던 예전과 달리 외모와 안무, 영상 등이 성공을 좌우한다. 가수, 탤런트, 무용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게 공연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신세대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신세대의 감각에 따라가려면 제작자의 창의성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방전만 되고 충전은 쉽지 않다. 귀와 눈을 열지 않고는 살아 남을 수 없다. 젊은 이와의 만남은 그래서 소중하다.

대학강단에 서는 기회는 그에겐 기쁨이다. 가르치는 즐거움과 보람도 적지 않지만 후배들의 생각과 느낌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더 크다. 그가 가르치는 음반산업은 배운 사람도, 가르친 선생도 없었다. 그야말로 미개지다. 다행히 음반산업과 관련된 책을 내려고 준비해둔 원고가 있어 교재로 쓴다.

생활리듬이 아침형은 영 불가능이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같은 동네에 살지만 윤도현을 만나려면 밤 12시를 지나야 가능하다. 방송 일 때문이다. 그래서 늦은 밤과 새벽, 사람을 만나는 일에 익숙하다. 만나는 시간이 밤이다 보니 술자리도 적잖다. 그러나 그들끼리 만날 때는 밴드를 불러 술판을 벌이지는 않는다. "잔업할 일 있느냐"는 것이다.

의성 출신이지만 일찍 대구로 나와 중앙초등학교와 경운중·영신고를 졸업했다. 강의를 위해 매주 찾는 대구는 변화를 싫어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얼굴 생김새를 보면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러나 비(非) 음악적인 얼굴을 가진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가 음악 아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논설위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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