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대구기상대 문보영입니다."
"내일 비 오는가요? 기온은 어느 정도 될까요?"
"흐리고 가끔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요. 내일 아침 최저기온은…."
잠시 숨을 돌리기도 전에 전화가 또다시 걸려온다. 예보사 문보영(28·여), 하나(25·여)씨는 번갈아가며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대구기상대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칭찬받기 힘든 직업=두 예보사의 고향은 각각 부산과 경남이다. 전화를 받을 때에는 표준말을 구사하지만 편하게 대화를 할 때는 고향의 억양이 조금씩 묻어나온다. 문 예보사는 예보가 맞다고 칭찬하는 전화는 거의 받지 못한다고 했다.
"일기예보가 잘못됐다고 화내는 전화를 받을 때 마음이 편치 않죠. 특히 막노동을 하는 분들은 비가 오면 하루 일당을 날리게 되는 터라 많이 흥분하세요. 최선을 다하지만 예보가 맞지 않으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기예보에 목숨이 달린 뱃사람 등 예보가 절실한 이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 그는 자주 전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금방 알아듣는다며 웃었다.
하 예보사는 시간마다 긴장해야 하는 일임에도 일이 재미있어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씩씩하게 답변한다.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문 예보사의 대학(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언니(문 예보사)와 함께 사는데 많이 의지가 됩니다. 밥은 언니가 거의 다 해요."
▲일기예보는 과학?=기상대 직원은 김종만(59) 대장과 김시중(50) 부대장을 비롯해 모두 10명. 2명이 한 조가 돼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 만도 하건만 이들은 내색하지 않는다. 수없이 걸려오는 문의전화를 받는 데는 두 책임자도 예외가 아니다. 장마를 비롯해 폭염, 태풍 등으로 시민들이 날씨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여름철이 되면 기상대 사람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다.
"제가 경력이 많다 해도 하늘만 봐서 날씨를 어찌 알겠습니까. 예보는 과학입니다." 김시중 부대장의 첫 마디다. 그의 업무 경력은 10여 년에 이른다.
"예보를 낸 사람은 항상 부담을 갖게 마련입니다. 예보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여름철 예보죠. 얼마 전 직접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를 한 뒤 비가 오지 않아 노심초사했어요. 다행히 대장님과 함께 퇴근하다 보니 소나기가 쏟아져 둘이 박수를 치며 안도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퇴근 후 소주 한잔과 등산으로 푼다.
대구기상대가 밝히는 우리나라의 1년 평균 예보적중률은 90%, 선진국 수준이다. 김종만 기상대장은 일부 언론이 일기예보가 틀리면 기상청 장비 부족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장비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슈퍼컴퓨터 2호기가 한몫하고 있죠. 여름철 날씨는 워낙 변동이 심해 예보가 안 맞는 경우가 생길 뿐입니다. 날씨 변화는 최신 컴퓨터로도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김 대장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디지털예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디지털예보는 우리나라를 5㎞×5㎞ 간격으로 점을 찍어 3만 개 지점을 확보, 그 지점에 맞춘 예보를 하는 것. "전 세계를 통틀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실시하는 예보기술입니다. 쉽게 말하면 동, 리 단위의 예보가 가능해지는 거죠."
대구기상대의 숙원은 기상청 승격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기상청으로 승격되면 예보전문 인력만 25∼30명으로 늘어나 보다 상세한 예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여름 날씨는?=대구의 6월 평균 최고기온이 30.3℃로 예년에 비해 약 2℃ 정도 높아 일찍부터 더위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6월 말부터 장마가 시작돼 7, 8월 날씨는 예년과 비슷한 기온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구의 평년 최고기온은 7월 30.3℃, 8월 30.9℃이다.
장마는 7월 하순쯤 돼야 벗어날 것이고 태풍도 평년과 비슷하게 2, 3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8월쯤에는 대기불안정으로 국지성 호우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보됐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 여름철 대구기상대는 날씨를 문의하는 시민들로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다. 매일 오전, 오후에 한 차례씩 여는 기상예보 회의.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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