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함께 시작된 아이와의 전쟁. 틈만 나면 컴퓨터를 끼고 앉아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원을 꺼 버리는 엄마. 아이는 식사 시간에도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고, 밤 10시가 넘도록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는 날도 예사다. 컴퓨터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엄포도 놓지만 몇 시간 못가 컴퓨터 전원은 다시 켜져 있다.
이런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방학 풍경이다. 밖에 나가 놀기보다는 컴퓨터와 노는데 더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은 비교적 시간 여유가 많아지는 방학이 되면 평균 4~5시간 가량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방학 중 아이의 잘못된 컴퓨터 습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무조건 못하게 막으면 역효과
컴퓨터를 없애버린다거나 인터넷 선을 끊어버리는 등 막무가내로 사용을 막는 방법은 좋지 못하다. 컴퓨터는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습관인데다 게임 역시 일종의 문화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은 비교육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공부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대신 아이와 타협을 거쳐 일정 시간을 정해놓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하루 2~3시간, 1회 30분~1시간 등으로 기준을 정해 놓는 것이 좋다.
▲시간가는 줄 모른다면
컴퓨터에 빠져든 아이들은 일단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현실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잊어버리기 일쑤인 것. 이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때는 부모가 늘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좋다. 컴퓨터 사용시간이 되면 "엄마, 지금부터 시작할게요"라고 허락을 구한 뒤 사용하도록 하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부모가 그만 끝낼 시간임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게임을 이해해야
자녀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면 '하지마라'라는 꾸중 이전에 왜 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부모가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 '게임에 취미가 없다'는 핑계만 대서는 아이들을 컴퓨터로부터 떼어놓기 힘들다. 만약 도저히 시간과 여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인터넷 게임 리뷰 기사 등을 통해 대강의 내용과 게임방식을 살펴보는 정도의 관심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또 컴퓨터 게임에도 영화나 TV처럼 등급이 있으므로 이를 통해 자녀의 연령대에 적합한 게임을 하고 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전체이용가와 12세, 15세, 18세 이용가로 구분된다. 연령대에 맞지 않는 게임이라면 너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게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게임 등급은 영상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게임 이름만 입력하면 금세 알 수있다.
▲게임도 가려서 해야죠
게임의 기본은 중독성이다. '게임성'이라는 단어로도 표현되는 이 중독 성향은 어느 게임이나 가지고 있는 공통된 성향. 하지만 게임에도 종류가 다양하므로 가능한 중독성 낮고, 두뇌계발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가려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카트라이더 등 쉬운 포맷의 캐주얼게임은 한 트랙을 다 돌고 나면 게임이 종료되기 때문에 끝없이 능력치의 성장을 거듭하는 롤플레잉 계열의 리니지나 뮤 등의 게임보다는 시간 관리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무의미한 컴퓨터 조작의 연속이기 때문에 아이의 지능발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실제 현실의 개념을 가상공간에 도입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추천한다. 도시 경영을 하는 심시티 시리즈, 가족 구성원을 관리하는 심즈 시리즈, 역사적인 사실과 전쟁들을 지휘하는 삼국지 시리즈 등이 있다. 또 온라인 게임 중 폭력성을 배제한 '마비노기'나 경영적 요소를 게임에 도입해 놀이공원을 관리하도록 한 '롤러코스터 타이쿤 3', 퍼즐적 요소에다 유머까지 겸한 '괴혼'이라는 게임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적당하다.
▲컴퓨터를 대신한 놀이를 만들어주자
컴퓨터로부터 아이들을 떼 놓기 위해서는 대안활동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아빠와 함께 운동을 한다든가, 엄마의 집안일을 도우면 용돈을 지급하는 등의 대안을 통해 컴퓨터 게임에서 얻는 만족을 대신할 활동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온라인상의 대화는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달라 감정적으로만 인간을 대하게 되므로 오랜 시간 빠져있다 보면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올 우려도 높아 제한이 필요하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도움말: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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