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식집 '하림' 김월임 사장

서울의 최고 맛집들이 모인 강남구 서초동에서 비싸고 고급스런 기존 일식집의 고정관념을 깨고 스스로 촌 식당을 자임하는 곳이 있다.

매일 아침 영덕·포항·울진 등에서 공수하는 동해 특산물로 상차림하는 하림(河林. www.yescall.com/halim). 대표 김월임(44)씨의 경영철학은 독특하다. 한마음으로 땀흘리는 직원들이 좋고, 찾아 오는 손님들이 좋아 가게를 운영한다. 사이트 인사말조차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급하지 않고 천천히 가겠다. 제철 음식으로 고객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등 여느 식당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식당의 겉치장 보다는 음식의 질과 사람 냄새를 더욱 소중히 한다. 이 기준은 음식점 초창기 겪은 혹독한 시련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좌절과 고통 속에서 느낀 점. '식당은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찾아 오는 사람들에게 주인의 마음을 대접하는 곳'이라는 것.

김씨가 인터뷰에 응한 한 동기는 자신의 모진 경험담을 통해 서울에서 음식점을 내려는 지역출신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은 배려였단다.

김씨는 남편을 대신해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요식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고깃집이 성공하자, 동향인 남편의 질투(?)가 시작됐다. '경상도 사나이'로서 여자가 벌어오는 돈이 내심 못마땅 했던 것. 질투가 '해코지' 수준으로 심해지자 식당을 포기하고 살림을 하기도 했으나 남편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고, 결국 이혼했다. 이혼은 두 아이들과의 이별을 뜻했고, 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픈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유지했던 인간관계. 무일푼으로 전락했던 그가 일식집 종업원을 하려하자, 구룡포 종고 동기들이 이를 말리고 십시일반 창업자금을 마련해 줬다. 이후 친분있던 손님이 확장자금까지 빌려줬다. '그 때 뭘보고 내게 그런 돈을 빌려줬는지 모르겠다'는 김씨는 이미 사채를 비롯한 빚 대부분을 청산한 상태.

지금 하림은 수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비오면 횟집 안된다'는 속설도 하림은 비켜간다. "장사 안될 것을 우려한 손님들이 우산을 쓰고라도 더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김씨가 전하는 성공에 대한 원칙은 두 가지. 첫째 음식점에서 손님과 주인을 인간관계로 맺어주는 것은 '맛'이다. 따라서 원가에 상관없이 최고의 재료를 써 찾는 이들에게 보은하는 것이다. 둘째는 눈앞의 이익만을 좇지 말라는 것. 일주일에 두번 장애시설과 양로원을 방문하는 김씨는 "보잘것 없지만 내 힘으로 남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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