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통일의 독일현대사/손선홍 지음/소나무 펴냄
카(E.H.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역사를 정의했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살아 숨쉬는 과거의 흔적들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많은 교훈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 국가다.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1948년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쪼개진 이후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인들은 1990년 10월 3일 자결권 행사를 통해 염원하던 통일을 이루었다. 1945년 연합국에 의해 분할 점령된지 45년, 1949년 동, 서독으로 분단된 지 41년만에 이룬 쾌거다.
1989년 11월 9일 철의 장막으로 불리던 베를린 장막이 무너지던 날 대한민국의 이산 가족들은 통일의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남북 통일은 우리 겨레가 안고 있는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다. 준비하는 민족만이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준비되지 않는 통일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 이런 점에서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은 배울 것이 많은 나라임에 분명하다.
'분단과 통일의 독일현대사'는 외교 통상부 홍보과장이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외교관이 독일 통일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기 위해 펴낸 책이다.
저자는 1983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연수를 하면서 동, 서독 관계와 독일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프랑크푸르트와 비엔나에 근무하면서 틈틈히 독일 현대사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고 1995년 2월부터 8월까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서 통일 문제를 연구하면서 독일 통일 작업에 참여했던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독일 외무부, 내무부, 재무부 및 연방은행,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포츠담 등 구 동독 도시 시청 등을 방문하여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 책을 출간했다.
제1장 '독일의 분단'에서부터 11장 '독일 통합 과정'에 이르기까지 독일 통일 과정이 차분하게 서술되어 있다. 동, 서독이 통일 되었을 때 동독은 인구면에서 서독의 1/4, 경제 규모에서는 1/8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 북한 인구는 남한 인구의 절반 정도이지만 경제 규모는 1/28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 대신 서독이 45년동안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 왔는지를 담담한 시각으로 보여주고만 있다.
저자는 독일 현대사를 대표하는 두 정치인 아데나워와 브란트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추적하되 가치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아데나워는 1949년 9월부터 1963년 10월까지 수상으로 재임하면서 전후 잿더미 위에서 경제 성장의 터전을 닦았다. 아데나워는 신생국 서독의 주권 회복을 위해 친서방 정책과 나토를 축으로 한 안보 정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서독은 예상보다 빨리 주권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독일을 중립국으로 하는 통일 방안에는 반대하면서 소련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동독을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9년 수상에 오른 브란트는 독일에 두개의 국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동독과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른바 브란트의 새로운 동방정책은 지금까지 서독의 모든 정당들이 공동으로 지켜온 전독일에 대한 서독의 단독 대표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브란트는 동서진영의 무모한 대결은 독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독일 문제를 단시일에 해결하기 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작은 것부터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부터 독일 통일이 우리와 무관한 사건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서독 주요 정당들의 통일과 관련된 정책과 실천을 기록하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자의 저술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동, 서독 교류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정리 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화보, 지도, 연대별 독일 현대사 일지 등도 추가했다. 432쪽, 1만8천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