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들의 생명을 지키며 여름 무더위를 이기는 대학생들이 있다.
포항 월포해수욕장에서 119시민수상구조대원으로 활동 중인 박태곤(25· 선린대 응급구조학과 3년)씨와 이재렬(20· 위덕대 사회체육학과 2년)씨. 두 사람은 포항소방서 119구급대원과 함께 백사장에 고정 배치돼 40여일째 인명 구조와 환자 응급 처치, 안전 순찰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일 해수욕장이 개장한 후 바다에 빠지거나 튜브를 타고 표류하는 시민 수십명을 구조한 이들의 여름은 더욱 보람찼다.
지난달 28일 오전 9시10분쯤. 대구에서 피서를 온 윤모(28)씨가 2m 깊이의 해상 30m 지점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박씨 등은 바로 오리발을 신고 바다에 뛰어 들었으나 윤씨에게는 이미 맥박과 호흡이 멎었다. 기도의 바닷물을 제거한 후 한차례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간신히 호흡은 되찾았다.
다음날 119구급차에 실려간 윤씨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은 환호성을 질렀다.
박씨는 "바다가 좋고 보람 찬 일을 찾아 수상구조대에 지원했다"면서 "생명을 건진 시민들이 '고맙다'는 말을 전할 때 가슴이 뿌뜻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잠수협회원으로 인명구조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배만 고프지 않으면 계속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실력. 이중 박씨는 특전사 9공수여단에서 해상임무를 담당한 베테랑이다. 이렇다 보니 주위 사람들은 이들에게 해신(海神)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이번 여름에는 쉬는 날이 없다. 해수욕장 폐장 20일까지 매일 9시부터 입수가 통제되는 오후 7시까지 붙박이로 바다근무를 서기 때문.
꼴불견도 많다고 했다. 술에 취해 바다에 뛰어 들거나 고함을 지르는 사람, 시비를 거는 사람, 살짝 긁긴 상처에도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이씨는 "바다에서는 수상구조요원들의 지시만 따르면 위험할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조금만 노력하면 안전한 바다를 만들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해수욕장 구조일을 마치고 나면 올 연말에 있을 응급구조사와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 박씨의 학구열에 후배 이씨도 덩달아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영어책장을 넘기고 있다.
박씨는 "1년 뒤 여름에는 소방대원 제복을 입고 월포해수욕장에서 근무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사진 : 포항 월포해수욕장의 119시민수상구조대원 박태곤(왼쪽)씨와 이재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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