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효목도서관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 간 팔공산 대구시교육연수원 학생수련관에서 '자연과 함께 신나는 독서캠프'를 개최했다. 도서관측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게 아니라 책읽기를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뜯어보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체험을 통해 가르쳐 주기 위해 이번 캠프를 마련했다고 한다. 프로그램도 반별로 한 권의 위인전을 정해주고 이를 통해 심도 있는 토론과 각종 독후 활동이 될 수 있도록 꾸몄다.
▲놀면서 배우면서
"토론이 무어냐 물어본다면 논제 분석한 다음 관점 세우고 논리근거 제시해 말발 세우는…."
지난 9일 팔공산에 있는 대구교육연수원 학생수련관에서는 쏟아지는 빗소리보다 더 우렁찬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노래의 가사를 바꿔 독서토론의 필요성과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 작은 강당이 떠나갈 듯 장구 장단에 맞춰 신나게 노래를 부른 아이들에게 '독서'와 '토론'은 더 이상 지루한 것이 아니었다.
이어진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강의와 토론에서도 아이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최운선 경기대 교수가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하며 손을 드는 학생들 때문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학생들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고구려·발해사 왜곡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전략을 내놓았다.
"중국이 발해와 고구려를 자기네 역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 역사가 부럽기 때문이겠죠.", "엉터리 주장을 할 수 없게 책을 많이 읽고 근거를 잔뜩 찾아 보여줘야 해요.", "국제사회에서 힘을 길러야 해요."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의 주장이 터져나왔다.
▲위인과 함께 하는 즐거운 독서체험
이번 독서캠프의 테마는 역사 위인 제대로 알기. 많은 학생이 위인전을 읽지만 단순한 인물 이야기나 일대기만 파악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주자는 의도도 있었다.
신종원 효목도서관장은 "단순한 책읽기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신나게 즐기면서 기억에 남고, 교육적인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캠프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90명의 참가 학생들은 15명씩 반을 나눈 뒤 미리 위인전을 정해주고 읽어오도록 했다. 캠프에서는 독후 활동을 중심으로 한 체험이 핵심. 고무줄놀이나 전래놀이, 장고 장단에 맞춰 노랫말 바꿔 부르기 등의 놀이 체험을 통해 역사 인물을 현재로 끌어올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야기 릴레이, 생각나무 키우기, 나도 한마디 등의 코너를 통해 단순한 위인 찬양을 넘어 역사 속에서의 의미와 시대적 배경 등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제대로 책 읽으려면
"심청전 전체 줄거리를 놓고 봤을 때 이야기 전개의 비중은 오히려 뺑덕어멈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결국 이 이야기의 제목은 '심청전'이다. 왜 그럴까?" "윤동주 시인은 저항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십자가'라는 시를 보면 작가의 회의적이고 소극적인 자세, 방황과 머뭇거림이 짙게 배어있다. 결국 투쟁성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왜 윤동주 시인은 저항시인으로 알려져 있을까?"
전체 캠프 진행을 맡은 최운선 교수가 던진 질문들이다. 그는 "책 읽기가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책을 고르고, 어떻게 읽어야 제대로 읽는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생산적, 발전적 책읽기 단계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질문들을 스스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경우 책에서 제시된 사실만을 인식하는 책읽기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진정한 독서의 참 맛을 느낄 수가 없으며, 독서를 통한 개인의 계발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저자 죽이기'를 독서의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일단 '내가 이 저자의 생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해 봐야지'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다면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게 되고, 한발 더 나아가 저자의 주장이 현실과 미래에 합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따져보게 된다는 것.
최 교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생존 전략 차원에서도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책 속에서 자신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팔공산 학생수련관에서 열린 독서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도전 골든벨'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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