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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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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이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았다. 자신의 친구가 만들었다는 물방울 무늬 포장지에 싸인 비누 2장. 가끔씩 비누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종합 세제 세트가 아닌, 한두 개지만 고운 종이로 감싼 비누다. 상큼한 살구내음과 장미'백합의 감미로운 향기, 시원한 오이내음 등 저마다의 향내를 풍기는 비누를 건네받을 때면 활짝 핀 꽃가지를 받는 양 마음이 환해진다.

비누 선물을 하는 사람은 대개 정갈한 성품에 마음이 맑다. 툇마루의 초가을 햇살처럼 은은한 정(情)과 도란도란 나눈 대화, 미소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소소하지만 예쁜 기억들을 비누 거품에 떠내려 보내기 싫어진다. 한갓 비누일 뿐인데도 왠지 아까워서 몇 년이고 고이 모셔두게 된다. 세월이 가도 비누 향내는 그대로인지 10년 전 것에서도 여전히 처음의 그 내음이 난다.

사람도 비누 내음 나는 사람이 있다. 스쳐 지나간 사람에게서 신선한 비누 내음이 나면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그런 사람과 마주친 날은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산뜻해질 수 있다. 말에서, 행동에서 비누 내음이 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어떤 상황에서 문득 향기로운 비누 내음을 풍긴다.

필자가 속한 모임에서 며칠 전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그런데 행사 두 시간 전쯤부터 비가 뿌리면서 분위기가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프로그램 진행 총책임자 ㄷ씨는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비에 머리가 착 달라붙은 채 흔들림없이 일을 추진해 나갔다. 수익금 기부를 위해 마련된 학부모 바자회장의 어머니들이 산더미같이 쌓인 음식 때문에 큰 걱정을 한다는 소식에 ㄷ씨가 달려갔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한 그는 한마디 말과 부드러운 미소로 좌중의 불안을 가라앉혔다. "보상해 드릴 것이니 끝까지 행복하게 일해 주십시오"라며. 그의 말은 순식간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행사는 성황리에 마쳤다. 우리는 젊은 그의 평상심을 부러워하며 우리 모두의 애인(?)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비록 그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아니예~"라고 거부(?)했지만. 자기를 닳여 주변을 깨끗하게 만드는 비누 같은,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는 세상은 얼마나 향기로울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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