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보유세율 강화 등 투기수요 억제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8·31 부동산종합대책'이 나온 지 2주일을 넘기면서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좀처럼 조정받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
한 마디로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급매'를 하겠다는 사람도 없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
어쩌다 나오는 매물은 기존 가격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늘어나는 세금을 파는 값에 얹어 호가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다주택 소유자들이 세금회피 목적으로 매물을 쏟아내고, 시세보다 수천만 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등장하며, 분양가도 내려갈 것"이란 예측은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려는 수요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문의전화는 늘어난 편이지만 이들이 주로 찾는 것은 가격이 많이 떨어진 급매물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차피 연말부터는 가격이 내려갈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10월 이후로 넘어가야 어떤 식으로든지 변화가 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에 따른 세부담이 가시화하면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파트 전세시장
8·31 대책 영향도 있지만 대구시내 전역에서는 지금 전세 물량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증금 6천만 원 이하의 아파트는 찾기 힘들다는 게 부동산업계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달서구와 서구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빌라까지도 임대물량이 바닥난 상태다. 대단위 저층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 속에 매입 수요자들이 집 사는 시기를 미루면서 전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전세 물량 부족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렇다보니 물량이 부족한 일부 아파트에선 전세 보증금이 크게 오르는 추세다. 지역별·평형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까지 오른 상태라고 업계는 전했다.
하지만 상당수 아파트는 전세 보증금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은행이율이 낮아 전세금을 올린다고 해서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기존에 살던 세입자에게 기간을 늘려주되 도배 등을 세입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임대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시장
"별 다른 충격은 없을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에는 '황색불'이 켜졌다. '빨간불'로 바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분양시장의 가장 큰 악재는 세대별 금융대출 규제. 이 때문에 청약시장은 썰렁하다. 모델하우스를 열었을 때 찾아든 사람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었지만 실제 청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근 청약접수를 끝낸 달서구 월성동 월배지구단위계획지구 1호인 '대우 푸르지오(1천824가구)' 아파트는 청약기간 내 청약률이 1.5대 1에 그쳤다. 모델하우스 공개 때 찾아온 탐방객이 4만 명에 달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가구 수가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청약률이었다.
8·31 대책 이후 처음으로 계약을 한 수성구 범어동 '태왕 아너스(179가구)'도 의외로 낮은 분양률을 나타냈다. 종전에 수성구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모두 90~100%의 높은 계약률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할 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에서 거품이 일제히 빠지고 있는 것은 1가구 2주택 등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더 이상 전세를 놓기 위해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중도금 대출의 세대별 규제와 대출비율 40% 하향 조정 등으로 분양가 자부담이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 대출 등의 특전을 끼고 분양받을 때완 확연히 다르다는 것.
분양시장에서 묻지마 청약 및 계약이 사라질 경우 추석 후 올 하반기에 분양하는 단지들은 초기 분양률 10~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택업체들이 늘어나는 금융비용 등으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성구 발(發) 높은 분양가가 북구, 달서구 등 대구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올 하반기 분양예정인 주택업체들은 수성구에서 평당 1천만 원, 달서구에서 700만~720만 원, 북구 태전동에서도 평당 630만 원대를 준비하고 있어 신규분양가 고공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매시장
법원 경매시장도 완전히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 응찰자 수가 줄어들면서 경쟁률이 낮아지고 낙찰가도 떨어지는 등 안정을 되찾고 있다.
15일 부동산경매 컨설턴트 한솔법무법인에 따르면 8·31 대책 이후 대구지법 경매시장의 경쟁률은 아파트, 단독주택, 근린시설, 다세대주택, 토지 등 모든 부문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아파트의 경우 종전에는 평균 응찰자가 7, 8명에 달했으나 8·31 대책 이후에는 3, 4명 선에 그치고 있다.
경매정보제공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경매는 3.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6월(4.79대 1), 7월(5.04대 1), 8월(4.81대 1) 등에 비해 낮아졌다. 주택 경매 경쟁률도 3.17대 1, 토지는 2.75대 1로 역시 6월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지옥션 측은 "경매에서 응찰자 수의 변화는 낙찰가 변동에 선행한다"며 "응찰자 수가 먼저 감소하고 뒤이어 가격이 조정되는 경매시장의 흐름을 고려할 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경매시장 낙찰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 경매시장이 급랭하고 있는 것은 주택의 경우 양도세 강화 등으로 투자매력이 많이 줄어든 데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취등록세 인하조치도 경매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개인간 주택 거래세율은 현재 4.0%에서 2.85%로 대폭 낮아지는 데 반해 경매로 취득한 주택의 거래세율은 4.6%로 변동이 없다. 경매로 취득하면 거래세를 61%나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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