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자 나이팅게일 12명 애환과 꿈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중략).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갖고 간호사의 길에 들어선 대구보건대 예비 남자간호사 12명. "간호는 환자를 돌보고 보살피는 신성한 일인데, 남녀 구별이 있을 수 있나요. 여성 간호사보다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직업의 성벽(性壁)이 사라지고 있다지만 아직은 남자간호사라는 직업이 일반인들에게 낯설다. 간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가족들은 후원자이긴 하지만 아들이 간호과에 다니는 것을 외부에 알리기를 주저하는 부모들도 있다는 게 간호과 학생들의 실토다. 하지만 간호사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간호사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학생이 대부분인 간호과여서 남학생들의 고충이 적잖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학기초 해부학 시간에 남녀 생식기 그림이 나왔을 때 남녀 학생들간에 한동안 '적막감'이 흐르기도 했다고. 또 임상실습때 남자 환자 역할은 무조건 자신들 차지여서 아기 대하듯 만지작거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 학과 남학생 12명 중 5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과에 입학했다. 전공도 자동차공학과, 사회과학부, 미국학과, 경찰과, 인터넷비지니스과 등 각양각색으로 간호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간호과에 진학한 이유는 한결같다. 남자 간호사가 전망도 밝고 보람도 찾을 수 있는 직종이라는 판단 때문. 고교졸업 후 바로 간호과에 진학한 7명의 학생들도 주저없이 이 학과를 선택했을 정도로 수업에서부터 바깥 생활까지 당당하다.

4년제 대학을 다니다 진학한 김태용(24) 씨는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 환자 생명이 위급한 경우와 정신과 등에서 남자 간호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들었다"며 "간호과에 다시 진학하겠다고 하자 부모님께서 많이 격려해 주었다"고 말했다.

권동오(23) 씨는 "남자 환자들은 여성 간호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신체적인 차이가 있는 만큼 남자 간호사들이 훨씬 섬세하게 보살필 수 있다"며 남자 간호사의 장점을 내세운다.

최영찬(19) 군은 "남자 간호과 학생들이 늘고 있는 만큼 남자 교수도 필요하고 진로도 다양해 질 것"이라며 "남자 간호사들에게 적합한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발전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말한다.

대구보건대 간호과에는 올해 신입생 98명 중 12명의 남학생이 들어왔다. 매년 3~5명에 불과하다 올해 급증한 것.

여옥남 간호과 교수는 "남학생들은 분명한 목표를 갖고 들어와서 그런지 수업시간에 매우 적극적이고 실습시간에는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해 수업이 훨씬 활기차다"고 밝혔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간호과 실습실에서 12명의 남학생들(왼쪽부터 권동오, 김태용, 김봉수, 김준영, 박용희, 변상철, 김주홍, 유세광, 정찬식, 신창만, 최영찬,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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