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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아름다움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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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을 찾아다니는 것과 함께 생활에서 빼놓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 옛집들을 둘러보는 일이다. "집을 보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라고 할 만큼 옛집엔 주인의 안목과 삶의 의지가 깊숙이 담겨 있다. 터잡기에서부터 누마루 난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모습이 있고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다양한 표정이 있다.

오늘은 새벽길을 달려 현풍 도동서원(道東書院)으로 향했다. 비에 씻긴 연봉들이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온화한 선들이 차를 멈추게 한다. 사람이 얼마나 잘 만들면 저것보다 낫게 만들 수 있으랴? 탁월한 자연을 선물 받은 이 땅의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았기에 겨루기보단 기대기를 선택했을 것이다. 서구의 풍경화 속엔 사람이 사는 집이 볼거리로 등장하지만 우리의 그림엔 빼어난 풍광이 먼저하고 집들은 잠시 신세를 진 듯 조촐하게 표현된 이유가 예 아닐까?

현대미술의 수많은 거장들이 호기에 찬 젊은 시절을 지나 자신을 성숙한 작가로 이끈 것이 결국 '자연'이었다고 증언하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듯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연은 삶에 창조적 에너지를 불어넣는 원천인 것이다.

어느새 다다른 도동서원,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원건축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은 아직까지는 무차별한 개발을 피해 온전히 자연을 담고 있었다. 컴컴한 수월루 아래를 지나 좁다란 환주문을 넘는 순간 마주한 강단의 기단에 압도당했다. 장식적이지도 무표정하지도 않은 채 높은 추상적 완성도로 맞춰진 모습에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낙동강이 감싸 안은 이곳엔 섬세한 아름다움과 함께 자연을 대하는 선비들의 높은 정신이 함께 흐른다.

길어봐야 200년도 못 버틸 한옥에 담은 뜻이 이리도 깊건만 지난 세월 살기 바빠 자연은 아랑곳 않고 마구잡이로 지어버린 이 땅의 집들은 주어진 아름다움의 근원조차 없애버린 부끄러운 시대의 표상이 되어 앞으로 수백 년 동안 그곳에 서 있을 것이다.

이두희 경주아트선재미술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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