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초라한 고향 옛집 어린 시절 회상은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을 안겨 준다. 모진 환경이 자신을 키웠다고 여기기도 하고, 성공하지 못해도 고향 생각은 지친 삶을 어루만져 준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손가락만한 치어로 떠나 망망대해를 떠돌다 고향을 찾아오는 연어의 삶은 불가사의다. 여우도 죽을 땐 태어나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둔다. 그러나 고향은 때론 불편하다. 벌거숭이 시절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잊고 싶은 과거의 족쇄를 풀어 주지 않는다.
◇ 평상심이 곧 도(道)라고 가르친 마조 도일(馬祖 道一)은 육조 혜능 이래 중국 선종의 황금시대를 연 스님이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중국 선종 제일의 계명을 실천한 백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만년의 마조가 고향을 찾았다. 나라 안 첫째 가는 스님의 방문으로 마을은 떠들썩했다. 그러나 구경 나온 고향 마을 노파에게 마조는 당대 최고의 선승이 아니었다. 노파에게 마조는 "누군가 했더니 대장장이 마가 아들이잖아"였다.
◇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한 인사는 당시 정권이 왜 그렇게 가혹하게 처리했는지 이렇게 해석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 대통령은 정적 출현을 두려워 했다. 특히 고향에서의 반대는 용서할 수 없었다. 적은 가까이에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안방이 흔들리면 정권도 위태롭다는 생각에서 한 선택이 가혹한 처벌이었다. 그 덕에 대구'경북의 반대는 사라졌다. 박 대통령의 겁주기가 통한 것이다.'
◇ 지난주 재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정치가로선 불운하다.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동료 중 가장 오래 옥살이했다. 60을 바라보지만 운동권 후배들에게는 여전히 '강철이 형'으로 불릴 만큼 신뢰를 받는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 다섯 번째 도전마저 실패했다. 동료들은 모두 금배지를 달았지만 여전히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고향을 잘못 만났다'고 농담 섞인 위로를 한다.
◇ 대구'경북 사람들은 고향이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 가면 돌이 날아온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다. 고향이 사람을 키워 주지 않으면 고향은 그리워도 못 가는 곳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고향 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산과 들의 나무와 꽃은 여전한데 사람들의 마음이 예와 같지 않다. 고향은 언제나 그리운 고향으로 남아야 한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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