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부지 선정 투표 이모저모

이 도지사, 유치 실패땐 '사퇴' 검토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투표결과가 사실상 굳어진 2일 밤 11시15분쯤 도청 개표상황실에 마련된 화상전화를 통해 백상승 경주시장에게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 지사는 "경주시민들의 눈물 어린 노력에 감사한다"며 "비록 유치에 실패했지만 포항·영덕주민들의 당당한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가 방폐장 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도지사직에서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박빙의 차이로 유치를 못했을 경우 지역 민심이 쉽게 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지사는 투표제도의 문제점을 강력히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퇴방식과 절차 검토를 지시했다"고 전언.

○…경주공고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장은 오후 7시부터 개표가 시작되면서부터 경주가 군산을 앞서 나가기 시작하자 환호의 분위기. 그러나 오후 8시10분쯤 백상승 시장과 이진구 방폐장 유치단장이 개표관람증 없이 개표장에 들어와 개표종사자들을 격려하자 반대단체 참관인들이 "관권 개입과 불법투표의 증거"라면서 "불법 투표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퇴장해버려 한 때 분위기가 험악해 지기도.

○…밤 11시35분쯤 일반 투표함에 대한 개표가 완료되면서 찬성률 89.5%로 경주의 방폐장 유치가 결정되자 개표종사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기도 했으며 찬성측 참관인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그동안의 수고를 격려하면서 인근 술집으로 몰려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풀기도 했다.

○…포항시청 2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정장식 시장을 비롯한 포항 시청 간부 및 직원들은 개표 초반부터 찬성률이 다른 지역보다 낮게 나타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정시장은 이날 밤 늦게까지 상황실에서 경주와 군산의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혹시라도 군산이 경주를 추월하지는 않을까 가슴졸이는 모습이 역력. 한 직원은 "시장의 속 마음은 이미 포항과 영덕은 탈락했지만 경주만이라도 이겨야 경북동해안권 동반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라고 해석.

○…포항의 완패로 나타나자 시청 직원들사이에는 이번 패배 원인중 시내버스 장기파업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 한 직원은 "대다수 직원들이 버스 장기파업에 따른 임시버스 운행 지원으로 동원되는 바람에 다른 시.군처럼 유치 홍보활동에 매진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장기간 시민들의 발이 묶인 상황에서 방폐장 유치 홍보가 먹혀들지 않았다"며 아쉬워 하기도.

○…당초 선두권 진입을 장담했던 영덕군은 2일 오후 6시 30분 첫 투표함이 열린 후 예상외로 반대표가 많이 나오자 크게 실망한 표정. 그러나 투표함을 서너개쯤 더 열어도 찬성률이 올라가지 않자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경주시에 축하를 드린다"며 "지역감정 유발 등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소감을 피력. 김 군수는 또 "선거과정에서의 오해와 갈등을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자"며 "정부도 탈락한 지역의 허탈감을 채워줄 수 있는 적절한 후속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군산시가 경주시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다 개표 초반부터 밀리며 결국 5.1%포인트 차이로 뒤지자 참담한 분위기. 송웅재 군산시장 권한대행은 주민투표가 끝난 뒤 "앞으로 시민 의견을 수렴해 투표결과 승복 여부를 결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군산이 경주에 진 이유는 정부의 도를 넘은 특정지역 편들기와 극렬한 반대단체 활동때문"이라고 정부를 비난.

그러나 경주시에서는 군산시의 지역감정 자극 전략이 오히려 경주시민을 단합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기도.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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