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학교·학원 다니고 아내도 일하며 온 가족이 바쁘게 사니 서로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고 거리감이 생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융화하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집을 마련하게 됐지요."
현대자동차(주) 범어지점에서 일하는 서창보(44) 과장. 지난해 2월 그는 직장의 퇴직금을 중간 청산 받아 칠곡군 석적면 도개리 농촌에 있는 빈집을 구입해 가족이 함께 지내는 전원주택으로 만들었다.
"대곡동 집에서 차로 25∼30분 거리로 가까운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즘 주말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와서 시간을 보내지요. 여름에는 아예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며 아이들도 학교에 다녔습니다."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집을 구입해 혼자서 밭 갈고 잔디도 심고 집 수리를 해서 지난 4월 꽃이 한창 아름답게 피었을 때 온 가족에게 집을 공개했다는 서씨.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젊은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산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마을에 70, 80대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명절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마련해 아이들과 함께 세배 다니고 동네 행사도 챙기다 보니 이젠 새로운 고향이 생긴 기분입니다."
그는 사실 집을 수리하고 꾸미는 데도 마을 어른들의 도움을 적잖게 받았다고 했다. 대지 207평에 건평이 14평인 한옥 집. 정원과 텃밭을 꾸미고 4평 황토방도 지었다.
"황토방은 부모님과 친구 분들이 더 많이 이용합니다. 아궁이에 장작을 때 뜨끈뜨끈한 방에서 잠을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거든요."
조금 수리한 한옥은 네 칸 집이다. '초가삼간'이라고 하는데 네 칸이나 되니 옛날에는 잘 지은 집인 셈이다. 1972년 11월 17일. 마룻대에 상량(上樑)한 날짜가 또렷이 쓰여 있다. 옛날 난방을 위해 천장에 붙여놓은 합판을 떼어내고 서까래가 자연스레 드러나게 한 모양새가 운치를 더했다. 마루에 걸터앉으니 멀리 소학산이 학처럼 고고한 모습으로 시선을 붙들어 맨다. 큰방으로 들어가니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그대로 살려두어 재미있다. 부엌은 입식으로 바꾸었지만 작은 문을 통해 방으로 밥상을 들여야 하니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정원에는 감나무에 쑤세미가 달려 있고 허브, 야생초, 철쭉, 왕살구 나무 등이 정겨운 느낌을 자아냈다.
"식당에 갔는데 목화가 있어 씨앗을 가져와 심었더니 꽃이 잘 피더라고요. 결혼해서 집 옥상에 쑤세미를 심었는데 잘 크고 보기도 좋아 그 추억으로 정원에 심어 기관지에 좋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마을 어른들이 씨 뿌리는 시기에 종자를 얻어 심고 따라 하다 보니 토마토, 고구마, 배추, 고추, 피망 등을 재배하는 기술도 익히게 됐다는 서씨. 바로 옆에 있는 빈집을 추가로 구입해 마을 어른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원두막도 지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음지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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