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울트라마라톤 맨

울트라마라톤 맨/딘 카르나제스 지음/공경희 옮김/ 해냄 펴냄

'···서른 살이 되는 생일 아침, 뭔가가 딸깍하고 걸렸다. 아직 삶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서른 살이 됐단 말인가. 오늘 밤에는 뭔가가 달라진 게 있었다. 따스한 침대로 들어가기 전에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확인할 작정이었다. 그래야 내일 아침도 달라질 테니···.'

'울트라마라톤 맨'은 일반 마라톤의 열 배에 해당하는 420㎞를 75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완주한 미국의 울트라마라톤 맨 딘 카르나제스의 실화를 담은 자전적 휴먼스토리다.

MBA 출신으로 수십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딘 카르나제스. 렉서스와 넓은 저택, 유복한 일상의 안락함, 그에게 미래는 밝아 보였다. 그러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가 빠진 듯한 공허함까지 채워주진 못했다.

서른 살 생일날 밤. 그는 낡은 운동화와 헐렁한 팬티 차림으로 남쪽으로 발을 뗀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다리를 무시한 7시간에 걸친 50km의 질주. 고교 때 크로스컨트리 선수였던 그가 15년동안 담을 쌓았던 달리기를 시작하는 순간이며 하룻밤 사이에 술에 절은 여피 멍청이에서 러너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그후 그는 출근 직전 새벽마다 20여㎞씩 남몰래 연습을 한 끝에 160㎞를 쉬지 않고 달리는 '서부주 100마일 대회'에 출전, 완주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거듭난다. 시에라 네바다와 몽블랑의 험난한 산맥을 달려서 넘기도 하고,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섭씨 50도의 데스밸리를 가로지르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남극을 달린 마라토너가 된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힘들기로 유명한 2004 배드워터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승리한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가던 딘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다시 한번 달린다. 새 생명을 위한 릴레이. 12명이 바통을 넘겨가며 320km를 뛰는 릴레이에서 딘은 장기 이식을 받아야하는 어린 생명을 돕기 위해 혼자서 이틀 밤낮을 달린다.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한 그의 달림은 이제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가 되고 있다. "달리기는 내게 열정 자체보다 열정을 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자신을 뭔가에 깊이, 진심을 다해 강렬하게 담그면 그것이 성취고, 성공이다" 내가 누구인지, 나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깨닫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뛸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딘의 달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68쪽 / 9천 원.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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