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따라잡기-국적포기와 병역기피

■ 이슈의 배경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포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새 국적법을 발효했다. 국적포기자 급증 현상은 국적을 포기한 후에 다시 국적을 회복하는 절차를 거치거나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이중 국적자들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새 국적법의 개정취지와 이중국적의 문제, 그리고 국적포기에 대한 비난과 명단공표에 대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국적법을 개정하는 이유

국적법에 관한 법조문에 의하면, 외국에서의 출생 등의 사유로 이중국적상태에 있는 대한민국 남자는 제1국민역(병역의무자로서,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된다.)에 편입되기 전인 17세까지 국적을 선택하여야 하고, 제1국민역에 편입된 18세 이후에는 병역을 필하거나 면제된 후가 아니면 우리 국적을 이탈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경우 당사자의 신분이 미성년자(만 20세 기준)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친권자인 부모 또는 조부모가 일방적으로 국적을 선택 · 결정하고 있다.

성인연령을 18세로 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당사자가 18세가 되면 본인 의사에 따라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중국적자의 국적 선택 시기를 18세 이후 일정한 시점까지 유예하여 줌으로써 국적을 선택할 때 당사자의 의사가 가능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속인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임산부가 미국 등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 가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출생한 나라의 국적을 자동적으로 취득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아이에게 외국 시민권을 획득하게 하기 위해 원정 출산을 하는 산모와 이를 알선하는 업체가 날로 늘어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병역기피, 국가의 자긍심 훼손, 불법적인 수단의 동원 등과 같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국적법을 개정하는 근본적 목적은 원정 출산 등 외국에 영주하기 위해 외국에서 출생하여 외국 시민권을 획득한 자는 병역의무를 이행했을 때에 한하여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게 하려는 데 있다.

■ 새 국적법의 주요내용과 이중국적 허용 여부

새 국적법의 주요내용

① 제1국민역에 편입된 자는 국적선택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월 이내에 할 수 있도록 함. (제12조 제1항 단서)

② 직계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현역 · 상근예비역 또는 보충역으로서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는 때,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때, 제2국민역에 편입된 때 등에 한하여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 (위원회수정, 제12조 제3항 신설)

개정국적법 논란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이중국적 금지의 문제가 있다. 개정된 국적법을 살펴보면,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되고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계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 또는 회복하면 6개월 안에 외국 국적을 포기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선천적 이중국적의 경우 22세까지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여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이중국적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이중국적을 이용한 병역 기피이다. 이에 대해서는 '재외국민 중 병역복무 연령을 넘긴 40대 이상자에 대해서는 거주국 국적을 취득했더라도 본인이 원할 경우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만약 이중국적자 신분을 악용해 한국 실정법을 위반할 경우 한국 국적을 상실토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절충적 시행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특혜시비 우려에 대해 '거주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되 국내 호적 유지, 한국 여권 사용 등 기본적 신분 행위는 할 수 있게 해주고 국내에서 주민등록은 할 수 없게 함으로써 피선거권 등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중국적은 절대적인 금지사안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안보 위협에 처해 있는 이스라엘은 오히려 이중국적을 장려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국민은 외국에서 아무리 잘 살고 있더라도 조국에 전쟁과 같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귀국하거나 조국을 위해서 기부와 같은 다양한 이익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이중국적자들은 특권은 다 누리면서 병역기피 등 의무 이행은 무시하기 때문에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중국적 문제의 핵심은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특권만 누리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이중국적은 반드시 금지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 '특권' 대신 '의무' 이행을

사실 현재 국적포기에 대한 문제는 이중국적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논의의 배경이다. 그리고 이중국적의 문제의 배경에는 사회지도층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결여라는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원정 출산을 시도하는 사람 중에는 사회지도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와 정치적 불안, 교육 문제, 군의 후진적 비민주성으로 인한 자녀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불안 등도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적포기자에 대한 일방적 비난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땅에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 이상 비난만 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권만 누리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적법 개정과 국적포기자 명단공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무부의 병역 기피 목적의 국적포기자에 대한 국적회복을 금지한다는 결정은 명단공표보다는 현실적이고 타당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이중 국적이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원칙 때문이다. 국적 취득과 관련해서 속지주의는 자국의 영토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자국의 국민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원정출산을 하는 것도 미국은 속지주의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임신부가 미국에 가서 아기를 낳으면 일단 미국에서는 그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부여한다. 속인주의는 이와 반대로 어느 지역에 있든지 자국 국적을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기는 자국 국적을 부여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그 아기가 어느 곳에서 태어났든 우리나라 국적을 가지는 것이다. 결국 한국 부모 밑에서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는 한국과 미국, 양 국가의 국적을 모두 가지게 된다. 이것이 이중국적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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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포기자의 명단 공개에 대해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근거를 정리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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