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 '위원회 행정' 전성시대?

"정책의 투명성 확보" 市 83개로 늘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부처와 같은 위상의 각종 위원회가 잇따라 설치돼 국가중요정책을 제시하거나 결정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위원회가 중요 정책 결정기구로 부상하는 등 '위원회 행정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정책의 투명성 확보와 같은 긍정적 평가와 함께 특정 집단의 이익반영 등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위원회, '실세'로 등장=대구시의 경우 중요 현안으로 꼽히는 이전 공공기관 입지 선정, 구·군의원 정수 조정 및 선거구 획정을 위원회에 맡겼다. 대구시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의 경우 공무원을 배제하고 이전 공공기관과 시 추천 전문가 20명이 위원으로 혁신도시 선정에 나서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도 공무원이 아닌 각계 전문가들로만 구성, 최근 의원정수 및 선거구 조정안을 결정했다.

대구시에서 운영하는 위원회는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났다. 현재 성격이 같은 협의회까지 포함해 모두 83개로 참여정부 출범 전 해인 2002년의 74개보다 9개가 늘었다. 기능별로는 의결 10개, 심의·심사 48개, 자문 15개, 협의·조정 7개 등이다. 위원 수만도 1천355명(당연직 289명·위촉직 1천66명)이며, 민간인 위원이 처음으로 1천 명(전체의 74.2%인 1천6명)을 넘어 "위원 명함을 갖고 있는 민간인이 부지기수"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위원회 행정'의 그늘=가장 큰 문제는 정책결정의 속도가 늦어지고 집단의 이해를 반영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의 경우 각 위원들의 일정을 감안하다 보니 회의를 자주 열지 못하는 바람에 혁신도시 선정이 당초 시가 약속했던 10월 말을 넘겨 이달 말에나 가능한 실정. 대구시의 2개 위원회 위원인 김경민 대구YMCA 관장은 "민간의 정책참여라는 점에서 위원회는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위원회에서 이익 집단적 요소가 강해지거나 행정의 발목을 잡는 등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또 도시계획위원회 경우 20여 년 동안 위원을 계속 맡거나, 특정인사 몇 명이 위원자리를 독점해 "폐쇄성을 갖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교통영향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위원은 "교통전문가 이외의 위원위촉 등으로 교통 외 사항에 대해서도 심의가 이뤄지고, 타분야 목소리가 전체 의견이 돼 심의가 지연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운영실적이 없거나 유명무실에 그치는 위원회 병폐도 여전하다. 올해 회의를 4회 이상 개최한 위원회는 28개에 그쳤고, 1~3회 연 위원회가 36개, 미개최한 위원회도 16개에 이를 정도다.

△개선방안=현재 모범적 역할을 하는 곳으로 작년 5월부터 활동 중인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가 손꼽히고 있다. 혁신협의회는 교수, 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공무원 등 98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지난해 29회, 올해도 30여 차례 회의를 가졌다. 지역혁신발전 5개년계획, RIS(지역혁신체계) 특성화시범사업, 공공기관 유치활동 등 굵직한 사업들을 처리한 점을 인정받아 최근 대구에서 열린 지역혁신박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이종현 혁신협의회 의장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위원회가 제역할을 하려면 행정기관이 얼마만큼 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반영하느냐에 달렸다"며 "행정기관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대구시도 위원회 운영실태를 파악·분석해 활동에 소극적이거나 장기 및 중복위촉 위원은 임기만료 시 적극 교체키로 했다. 또 참여폭을 확대해 위원회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위원회 효율성도 제고키로 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지방화 시대, 행정 패러다임 변화로 위원회를 통해 시의 정책 결정에 시민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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