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2호선 방화 막은 자랑스런 시민

21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소방공무원 박수덕(49) 씨와 대구 영남공고생 3명은 "당연한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던 대구지하철 2호선 방화시도를 '몸으로 막은' 주인공.

경산소방서 진량소방파출소 소장인 박수덕(49·소방위) 소방관은 이날 시내에 볼일을 보러나왔다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귀가하던 중 옆 객차에서 '불이야'하고 외치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3번 째 객차에 타고 있던 박 소방관이 열차 내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옆칸으로 뛰어든 순간 30대 남자와 마주쳤고 '방화범 잡으라'는 소리에 그 남자를 붙잡았다.

박 소방관은 "소방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상을 받게 돼 쑥스럽다"고 했다.

영남공고 3년생인 주세별(18)·김형석(18)·최고영(18) 군은 박 소방관이 용의자를 붙잡는 순간 함께 용의자의 팔을 꺾고 제압했다. 그리고 범인이 들고 있던 라이터와 스프레이형 살충제를 뺏었다. 방화시도 상황 끝.

이들은 시내에서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객차 맨 뒤칸에 탔는데 경대병원역에 다다를 즈음 옆 객차에서 나는 비명소리를 듣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 옆 객차에서 불꽃이 보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갔고 박 소방관과 합세해 방화 용의자를 붙잡았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고교생 3명에게는 50만 원씩, 박수덕 소방위에게는 30만 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박 소방위의 상금이 적은 것은 공무원이라는 직위가 감안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대구지하철 화재를 막은 공로로 영남공고 김형석, 최고영, 주세별 군과 박수덕 소방위(왼쪽부터)가 21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강희락 청장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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