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혼란 틈바구니 속에서 창조의 움을 틔운 국내 최초의 시전문지 '죽순(竹筍)'. 죽순 제39호가 죽순 창설 60년을 회고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이윤수·윤장근·장호병·김요섭 등 죽순과 더불은 아홉 문인들의 죽순 회고담을 소개했다.
더러는 1985년 광복30년 경북분단점철에서 발췌했거나, 1979년 죽순 복간호에 게재되었던 글을 다시 실었다. 죽순 창설자인 고 이윤수 시인은 '죽순이 창간되기까지'란 글에서 "극심한 용지난 속에서 숱한 산고 끝에 1946년 5월 1일 창간호가 그것도 모조지 46배판(46쪽)으로 호화롭게 발간되었다"며 "시동인지로서는 전국에서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윤장근 죽순문학회장은 '죽순 60년과 이윤수'란 글을 통해 대구 서문로 동산파출소 옆에 있던 시계포 명금당 기둥에 '죽순' 간판이 걸렸던 일을 회고하며, "해방 후 최초의 엔솔로지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요 대구문단의 여명을 예고하는 진통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어 "이윤수 시인은 전력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던 시절에 발로 인쇄기를 돌려가며 그 특유의 저력으로 원고청탁에서 편집, 교정, 발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창간호 1천 부를 찍어냈다"고 이 시인을 추모했다.
수필가 장호병 씨(도서출판 북랜드 대표)는 "이윤수 선생은 해방 후 처음으로 이 땅에 시문학 동인지 죽순을 창간했고, 1948년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인 상화시비를 건립했으며, 6·25 전쟁 중에는 문총구국대를 조직하고 '전선시첩'을 간행하기도 한 선각자였다"는 글을 남겼다.
그밖에도 죽순을 통해 등단한 김요섭의 '명금당(名金堂)'과 설창수의 '죽순과 나', 박화목의 '죽순은 내 시의 모판', 김한영의 '시혼의 입김', 최화국의 '회상의 고장 대구', 최광열의 '죽순 창간 무렵의 일' 등의 글을 실었다.
또 미나미 쿠니카즈, 나카하라 미치오 등 일본시인 4인집과 제20회 상화시인상 수상자 이무원 시인의 작품과 심사평에 이어 죽순 회원들의 논단과 시, 수필, 소설을 담았다. 죽순 편집진은 창설 60주년을 맞은 죽순의 싱그러운 동산이 언제까지나 초록빛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사진) 목우 백기만 시비 앞에 선 죽순의 증인들. 왼쪽이 고 이윤수 시인이고 그 옆이 윤장근 죽순문학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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