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산, 뻥튀긴 정부보다 한술 더 뜬 국회

이건 너무 심했다. 깎아도 시원찮을 정부안보다 무려 1조3천억 원이 더 많은 새해예산을 국회 상임위들이 통과시킬 줄은 차마 몰랐다. 정부와 국회의 예산 뻥튀기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각 부처마다 예산을 더 쓰겠다는 데에는 마땅히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그러나 그것도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 봐가며 불요불급한 것, 군더더기'지방질을 확 줄인 '증명서'가 전제돼야 증액의 당위성이 있게 된다.

그런데 정부의 무자비한(?) 논리인 즉슨, 예를 들면 내년에 출범할 공무원 노조를 생각하면 몇%라도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 국민소득 대비 휘발유값이 미국의 7배나 되는데도 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 아직 안 비싸다, 정부 각 기관의 홍보비도 정책 목표 달성하자면 공감대 확산이 필수적이라 17%(약 200억 원)는 늘려야 한다… 이런 식이다. 아니, 정책 홍보가 아니라 '정권 홍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판국에 돈이 모자라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니?

이런 식으로 각 부처가 올려놓은 예산안이 총 221조4천억 원인데 국회 16개 상임위는 여기다 1조3천억을 더 얹어 놓았으니 이들이 도대체 국회의원인가 '구쾌의원'인가. 한 예로 건설 관련 예산이 정부 원안보다 2천800억이 늘어났는데, 알고 보니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SOC예산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는 거다. 이러니 해당 부처마다 예산 뻥튀기에 눈치 보기는커녕 신바람들이 난 것이다.

어제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 방마다 32인치 디지털TV와 장식장 등 330세트를 새로 들여놓는 데 2억7천만 원을 썼다. 교체 작업을 한 전자회사 관계자는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 멀쩡한 것"이라고 했다. 며칠 전 본보는 신혼 살림을 모두 중고품으로 구입하고 물까지 가족 동시 샤워를 하며 월급의 70%를 저축하는 짠돌이 짠순이들의 생활을 소개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국회 예결위의 '마지막 성의'에 호소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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