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입쌀이 밀려온다-(3)앞서가는 농가들에 희망이 있다

내년부터 수입쌀이 시중에서 판매되면 국내산 쌀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농가들의 소득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쌀농업 포기의사를 밝힌 농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연 우리 농업에 미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쌀 자존'에 인생을 거는 농민들에게서 그 미래를 찾는다.

◆최고의 품질로 승부한다

"탑 라이스(Top-Rice)는 볍씨 선택에서부터 수확·가공까지 두배 이상 노력이 들어간 고품질 쌀로 우리 쌀산업의 경쟁력이자 미래입니다."

상주 사벌친환경쌀작목반 130여명은 올해 118ha에서 500t의 '최고 쌀'을 생산했다. 농촌진흥청이 '쌀 혁명 프로젝트' 일환으로 올해 전국 13개 단지만 선정한 쌀이다. 이름에 걸맞게 공도 많이 들였다. 볍씨를 300평당 5kg만 써 일반미보다 모가 튼튼하고 알곡이 충실하다. 토양성분검사를 통한 맞춤식 시비처방에 따라 비료를 주고 완전미 95% 상태의 쌀로 가공처리했다. 물론 가격도 높다. 5kg들이 1포가 2만1천500원으로 일반미보다 2배 이상 비싸다. 2만여평 쌀농사 가운데 5천평에서 '탑 라이스'를 생산한 강정운(54)씨는 "아무리 수입쌀이 쏟아져 들어오더라도 쌀농사를 지을 것"이라며 "고급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힘을 키우자

'의로운 쌀'은 쌀시장 개방에 대비해 의성군이 올해 개발한 통합 브랜드. 올해는 군내 전체 벼농사 면적 1만1천여ha 가운데 1천ha에 일품벼 단일종을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했다. 내년에는 2천ha로 늘릴 계획이다.

1천여 참여농가는 육묘공장부터 엄격한 관리를 거쳐 적기 모내기-저농약·저비료-서리 전 수확 등 작목반의 엄격한 통제와 관리프로그램 아래 생산한다. 의성군에서도 참여농가에 유기질 비료 등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 장기적으로는 군내 모든 쌀농가를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병훈(40) 단북면작목반장은 "쌀시장이 개방되면서 다수확시대는 지나갔다"며 "좋은 품종의 고품질 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맛있는 쌀은 품종 개발이 기초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한 국내 쌀 관련분야 연구진의 신품종 개발도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개발보급된 벼 품종은 140여 종. 1990년에는 추청벼보다 밥맛이 좋은 일품벼가 등장했고 99년에는 주남벼가 선보였다. 또 이르면 내년부터 운광·고품·삼광벼가 농가에 보급될 전망이다. 현재 종자증식 단계에 있는 이들 품종은 외관이 매우 깨끗하고 밥맛이 아주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능성 품종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다이어트쌀(고아미2호), 당뇨식(백진주벼), 김밥용(만미벼), 식혜용(남일벼), 향기나는 쌀(향남벼), 유색미(흑진주·적진주) 등은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변화에 따른 쌀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품종들이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이선형 기술보급과장은 "국내에서 개발된 일부 품종들은 세계 어느 품종에 비해서도 뒤지지않는다"

◆그래도 소비가 살아나야

쌀농가의 이러한 노력들은 국민들의 소비가 있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는 급격한 생활패턴과 식생활의 변화로 1980년 132.4kg에서 점점 떨어져 1998년에는 99.2kg으로 100kg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82kg으로 15년만에 38%나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는 한 쌀 농업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류성엽 경북도 농정국장은 "밥 한공기값이 260원대에 지나지 않는다"며 "농민들의 어떠한 노력도 소비가 없으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재진·이희대·이상헌기자

사진 : 5천평의 논에서 고품질쌀 '탑 라이스'를 생산한 상주 사별작목반의 강정운씨. 상주 '탑라이스' 강정운 생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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