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장모음, 이중모음이 잘 안 되나 봐. 단모음은 마스터한 것 같은데 큰일이야."
"○○엄마! 그래도 그게 낫지. 우리 애는 'p'하고 'f' 발음이 똑같애!"
"원어민 과외라도 시킬까? 근데 어디 사람을 찾을 수 있어야 말이지."
조기유학 열풍을 취재하면서 대구의 한 영어학원 휴게실에서 아이들의 영어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던 대여섯 명의 학부모 대화를 엿들었다. 자식들의 영어공부로 시작된 담화는 학교 수업, 선생님 촌지, 학원 수업으로 이어지더니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으로 번져나갔다. "담임 선생님이 사교육을 조장한다." "선생이 학생보다 영어가 달리니 그럴 수밖에." 열을 올리던 대화의 끝은 이랬다. "조건만 되면 외국으로 보내고 싶다." 왜? 한국 교실을 믿을 수 없으니까.
아이들의 영어를 위한 과외 '연쇄고리'는 놀라울 정도였다.
초교 3년부터 시작되는 영어과목을 위해 4세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쫓아다니고 6세에는 영어학원에 간다. '경제력'만 된다면 방학 중 단기 어학연수는 필수다. 아이가 해외에 다녀온 후에는 어떨까. 갑자기 '일취월장'한 영어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사설학원, 영어과외에 투입된다. 월, 수, 금 영어학원에 화, 목 영어과외. 학습지에다 영어일기까지…거기다 '영어 스피치 경진대회'에서 상이란 상은 다 해외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대구에 들어설 국제학교 얘기도 나왔다.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우리 애는 꼭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 학교로 보내기 위해 감당해야 할 사교육비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글과 영어를 같이 배우며 언어혼란을 겪는 일부 아이들이 '정신과' 출입을 하는 언어장애자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제2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하기 위해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여질지 모르는데….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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