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성식 하얀 순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돼지는 죽어서 순대를 남긴다.'

원조 북한음식인 순대가 퓨전화 바람을 타고 그 요리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수박나이트 뒤편의 공영주차장 옆에 위치한 자그마한 '진짜 순대집'은 이 집만의 하얀 순대로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순대가 하얗다는 것은 선지를 넣지 않았기 때문. 개성에서도 이렇게 순대를 만든다. 대신 두부, 돼지 살코기, 양배추, 부추에 흑미 등 20여 재료를 대창과 소창에 꼭꼭 챙겨 넣어 삶아낸 순대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난다. 돼지 특유의 잡내도 나지 않는다.

주인이 직접 2, 3일 쓸 분량을 한번(약 100kg)에 만들어 냉장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주로 대창순대는 왕순대용으로, 소창순대는 전골과 국밥용으로 낸다. 하지만 이 곳 매출의 90%이상은 순대전골이 차지한다. 맛이 있어 단골들이 그만큼 많이 찾는다.

순대전골은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예닐곱 가지 양념으로 맛을 낸 다대기를 넣고 길쭉하게 썬 소창순대와 깻잎, 쑥갓, 부추, 팽이버섯을 올려 전골용 무쇠냄비에 끓여낸다. 국물 맛을 좌우하는 양념 다대기는 청송에서 이 집 주인의 부모님들이 재배한 고추를 쓴다. 매운 고추와 맵지 않은 고추를 적적한 비율로 섞어 뒷맛이 개운하다. 순대는 물론 쫄깃한 수제비나 식성에 따라 돼지내장고기를 첨가하면 더 맛있다. 국물 속에 든 통들깨를 씹는 맛도 고소하다. 다 먹은 후엔 열이 남아 있는 무쇠냄비에 밥을 비벼 먹어도 별미다.

왕순대도 대창이 질기지 않고 쫀득거려 순대 속과 어울려 감칠맛이 난다. 특히 아삭거리는 겉절이 배추와 같이 먹으면 궁합이 맞다. 순대전골 1인분 5천원, 모듬순대 8천~1만2천원, 왕순대 1만원, 순대국밥 4천원. 전 메뉴가 포장된다. 문의:053)64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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