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첫날밤 / 토마스 포리스트 켈리 지음 / 김병화 옮김 / 황금가지 펴냄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재창조한 실험작 '오르페오'의 초연은 오늘날처럼 대중 앞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몇몇 귀족 남성들로 구성된 아카데미 회원을 대상으로 했고 이 아카데미는 남성들만의 모임이었기에 여성 배우를 기용할 수 없었다. 심지어 아름다운 히로인 배우 리디케 역마저 몸집이 작은 한 사제가 맡아 했다.
초연에는 흥분이 있다. 또 기대와 의혹으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더블베이스가 긴 독주를 제대로 해낼까' '소프라노가 멋대가리 없이 노래하지 않을까' '청중이 이 작품을 좋아할까'
세월의 흐름을 이기고 살아남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작들이 처음 연주되었을 때 그 작품은 어떻게 들려졌을까.
하버드대 음대 교수인 고음악 연구자 토머스 포리스트 켈리가 쓴 '음악의 첫날밤'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다.
책에는 서양 음악사에 빛나는 다섯 편의 걸작이 태어난 날 그 풍경을 그리고 있다.
최초의 오페라인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1607년 2월 24일 이탈리아 만토바), )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1742년 4월13일 아일랜드 더블린)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1830년 12월5일 프랑스 파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이 처음 관객에게 선보이던 날의 상황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메시아'의 경우 헨델은 처음 방문한 더블린에서 알지도 못하는 음악가들을 수소문해 공연했으며 악보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가수 때문에 현장에서 곡을 뜯어고쳐야 했다. 빈의 이방인이던 베토벤은 겨우 2번의 리허설로 교향곡 9번을 무대에 올렸다. 베를리오즈도 환상교향곡 초연 당일까지 악기를 사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고 스트라빈스키는 1940년에나 들어야할 음악이란 악평을 받았다.
저자는 작곡가의 편지, 일기, 공연 메모, 악보, 신문기사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초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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