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말레이시아인 '화합이 일궈낸 행복'

"조국을 사랑합니다."

말레이시아 수도인 콸라룸푸르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사는 게 행복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월 평균수입이 200만 원 남짓(우리나라와의 물가 차이를 고려한 액수)으로, 대학생인 맏이를 비롯해 5남매 모두를 학교에 보내고 있다니 빠듯하기만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자가 외국인이란 점을 의식한 계산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거침없었다. 나중에 현지의 우리 외교관에게 물어봤더니 1인당 GNP가 4천, 5천 달러로 우리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한 나라치고는 국민들 모습이 의외로 밝고 여유롭다고 했다.

택시기사는 무엇보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 종족들 간에 적절히 분배한 게 화합의 토대가 됐다는 점을 들었다. 즉 경제권은 화교들이, 정치권은 말레이족을 비롯한 비(非)화교계가 주도해 나간다는 사회적 타협이 이뤄져 있다는 것.

내친김에 현 총리와 전 총리 중 누가 더 나으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답도 마찬가지였다. 화합을 위해 애쓴 총리가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포용력을 갖고 여러 종족과 종교를 화합하는 데 애를 썼고, 또 다른 총리는 노력은 했지만 다소 편협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결국 국가 지도자가 사회적 화합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가 자신에 대한 평가는 물론 국민 행복지수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 행복지수는 뭘로 잴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콸라룸푸르 거리를 밝은 표정으로 내달리고 있을 택시기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콸라룸푸르·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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