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각 대학의 2학기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는 현재와 향후 입시에서 수능시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2008학년도 이후의 전형 방법도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하는 수시모집에서 1단계 혹은 조건부 합격은 했지만 최종 합격자 사정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성적에 못 미쳐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이 서울대 15%, 연세대 49%, 한양대 36% 등으로 나타났다.(본지 12월 21일자)
따라서 2007학년도는 물론이고 2008학년도 이후에도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능의 중요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성적이 등급으로만 표기되는 2008학년도 이후에는 각 영역에서 등급 경계선의 점수는 수험생의 운명을 바꾸는 기준 점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중요한 수능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입시 전문가들은 맹목적인 암기나 주입식 수업으로는 고득점이 불가능하며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고교 교사들과 입시전문가들이 올해 수능 고득점 수험생과의 면담에서 읽어낸 고득점 학생들의 학습 습관과 특징을 짚어보고 2007학년도 이후 수능에서 고득점할 수 있는 대책을 정리해 본다.
■ 언어영역
지난해 많이 쉬웠기 때문에 올해는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교시에 수험생이 느끼는 부담감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지난해보다 더 쉽게 출제돼 변별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현재 고교 2학년생들은 2007학년도에 분명히 어렵게 출제될 것이란 가정 하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언어영역 실력을 높이기 위해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누누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문제풀이는 공부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어 영역 고득점을 위한 3대 요소는 언어감각, 독해력, 속도이다. 이 세 가지는 문제집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언어감각과 독해력이 없으면 백 권의 문제집을 풀어도 출제 경향이 조금만 바뀌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많이 틀리는 수험생은 거의 예외 없이 독서를 통한 작품 감상 능력을 배양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언어감각과 독해력이 있으면 한두 권의 문제집만 풀어보아도 문제풀이 요령을 깨닫게 된다. 언어영역 시험은 분석적 읽기보다는 독서를 통해 배양되는 직관력, 추리력, 상상력 등을 중시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 분석의 궁극적 목적은 종합=글 전체를 온몸으로 느끼며, 줄거리에 젖어드는 독서를 해야 예민한 언어감각을 배양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시 통합하는 훈련을 해야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많이 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균형 잡힌 다독과 정독을 통해 독해력과 탄탄한 어휘 실력이 갖추어진다. 참고서에 실린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법으로는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감동을 맛보며 고전 작품을 몇 권 읽는 것이 문제집 풀이보다 더 낫다. 기본에 충실하면 문제풀이 기술은 보다 쉽게, 단기간에 터득할 수 있다.
▲ 늘 사전을 활용하라=책을 읽을 때 국어사전과 옥편을 곁에 두고 새로운 어휘를 만나면 늘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영어사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영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듯이 국어사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언어영역 고득점은 기대하기 어렵다.
■ 수리영역
해마다 확인되는 사실이지만 패턴에 익숙해지는 문제 풀이 중심의 학습에 중점을 두는 수험생은 고득점하기가 어렵다. 올해도 고액 과외나 학원에서 어려운 실전문제를 많이 풀어 본 학생보다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을 중시한 수험생들이 일반적으로 고득점했다. 또한 모든 영역을 골고루 잘하는 학생이 고득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점을 받은 많은 수험생들 가운데 수능시험 일주일 전에 수학 교과서를 다시 정리했다는 학생이 많았다. 이는 끊임없이 기본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 조기진도는 생산적이지 않다=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미리 배우지 않으면 고득점할 수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때 고교 수학을 배우고 저학년 때 고학년 범위를 앞당겨 배운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상황인데 밖에서라도 미리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실력을 쌓느냐고 항변하지만 수학은 결코 먼저 배운다고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과목이든지 처음 배울 때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음 반복적으로 다시 보아도 여전히 틀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은 과정이 중시되는 영역이다. 한 계단을 밟아 올라 갈 때마다 제대로 확고히 다지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확실한 길이란 점을 생각해야 한다.
▲ 끝까지 혼자서 해결하는 습관을 들여라=고득점 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답을 보지 않고 끝까지 혼자서 풀이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혼자 공부하게 두면 한 시간에 몇 문제밖에 못 풀지만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받으면 몇 배나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생각하는 그 과정에서 인내심과 지구력은 물론 응용력과 추리력, 고차원적인 사고력 등이 배양된다.
■ 외국어
영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렵게 출제되어 수학 다음으로 높은 변별력을 나타내고 있다. 영어는 저학년 때 필요한 실력을 쌓아 두어야 한다. 현재 고2는 겨울방학 동안 최선을 다해 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영자신문을 활용하라=논술고사 제시문에 영어 지문이 금지되긴 했지만 수시와 정시모집 심층면접에서 영문으로 된 시사적 문제들을 출제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영자신문이나 잡지를 꾸준하게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최상위권 대학 인문계는 영어 실력이 당락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영문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지난해부터 문법은 단독 문항으로 출제되고 있다. 과거 우리 교육이 너무 문법적 요소를 중시해서 부작용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이 영어를 원어민처럼 습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 부분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문법을 모르고서는 고급 영문을 해석하기가 어렵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 방학 동안 반드시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 영영사전을 활용하라=영영사전을 이용하면 단어의 뜻과 뉘앙스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영한사전보다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영영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풀이를 보는 것 자체가 독해력 공부가 된다. 듣기는 매일 테이프를 꾸준히 듣는 것이 중요하며 짧은 예문들을 암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 탐구영역
질문의 여지가 없는 자명한 사실에 의문을 품는 학생,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점수가 좋았다. 매년 확인되는 것이지만 수탐Ⅱ에서는 단편적인 정보나 공식을 무조건 암기하려는 학생이 일반적으로 고득점하기가 어렵다. 특히 올해 사탐, 과탐은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입시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철저히 이해하며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진 학생들이 고득점했다. 최근 탐구영역에 자주 나오는 자료 제시형 문제에서는 수학적인 추론 능력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교양과 상상력, 문장 독해력이 있는 수험생들이 고득점하는 경향이 높았다.
▲ 요점정리 위주의 학습은 실패한다=기본을 제대로 정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 시간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수험생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진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공식이나 핵심 요점을 암기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수능시험에서 단편적인 정보의 암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식 자체보다는 공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탐구과목은 과목의 이름처럼 탐구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답보다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를 가장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이 수업 시간이다.
▲ 시사쟁점들을 정리하라=사회·과학 탐구는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없다. 반드시 시간을 두고 내용을 음미하며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탐구 영역은 문제풀이를 위한 배경지식과 상식이 중요하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서 스크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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