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대학이 희망이다

지난 연말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 다녀왔습니다.생존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 대학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학담당 기자로서 외국 대학들의 변화상을 직'간접으로 들어왔지만 무섭게 달려가는 외국 대학들을 현장에서 보니 부럽기도 하고 적잖은 충격도 받았습니다. 물론 그들도 고민은 있었지만 방향은 우리와는 딴판이었습니다.

기자가 둘러본 외국 대학들은 자국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학생들을 모셔가고, 해외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대학과 교수들은 연구와 기술사업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95%가 졸업전 취업을 예약하거나 95%가 대학원 진학을 가능케 한 것은 기업들이 공동 연구를 위해 줄을 설 정도의 '연구력', 'Only One을 향한 특성화', '세계의 인재를 모으는 국제화'였습니다. 지역 대학들도 이 방향으로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핵심은 '유연한 시스템'의 차이였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NUS)는 세계 유수 기관의 대학평가에서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정도로 자타가 '싱가포르의 희망'으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인구 500만의 도시국가에 소재한 NUS가 짧은 시간안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한 교수는 자신의 급여가 연구실적이 낮은 교수들보다 3배 이상 많다고 하더군요. 사회적 수요에 따라 학제를 바꿔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풍토라고 하더군요. 또 정부의 기업 인력양성 프로그램 개설요구가 있을 경우 학제까지 바꿔가며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인 츠쿠바시의 츠쿠바대는 학과(學科) 없이 전공중심으로 3개 학군(學群)제를 운영했습니다. 과목도 '사회공학'같이 학제(inter-disciplinary)적으로 구성, 학과소속으로 4년을 마치는 우리 학생들과 달리, 철저히 전공과 연구중심의 학풍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연구중심, 유연한 시스템이 츠쿠바대학을 3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노벨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케 하고 다국적 기업, 일본 유수기업들이 츠쿠바대와 협력하기 위해 인구 20만의 도시에 연구소를 경쟁적으로 설치하는 배경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특히 대구'경북의 대학은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요. 입학정원 채우기에 급급하고 총장선거 때 편가르기나 하는 풍토로는 외부와의 경쟁은 물론 10년, 20년 뒤 생존도 보장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지역 대학들은 역사가 있고,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위기를 벗어나는 강한 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인 여러분. 덩치만 키운'공룡'은 결국 멸종했지만 하늘을 나는 작은 새는 생존했습니다. 바람에 따라 날갯짓을 달리하는 유연함이 있기에.

이춘수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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