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우석 파문 각국 반응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등 각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10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를 비중있게 보도했으며, 일부는 배아복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위축될 것으로 관측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황 교수의 실험이 대부분 조작됐고, 황 교수가 복제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이날 발표는 지난 10년간 최고의 과학적 약진으로 평가돼 오던 성과를 망신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 같은 속임수는 크게 선전됐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를 과학자들의 생각보다 몇년 더 뒤로 되돌려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나아가 미국 의학연구자들이 이제부터 독자적으로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생산하려는 시도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를 인용, (2005년 논문에서 주장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뿐 아니라 2004년 논문의 기반이 되는) 체세포를 복제했다는 주장도 허위로 드러나는 등 황 교수가 모든 연구의 증거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또 황 교수의 '몰락'으로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고, 그의 연구에 6천500만 달러를 쏟아부은 한국 정부도 심각할 만큼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MBC 'PD수첩', 젊은 과학도 그룹 등 다른 기관들의 주도로 황 교수의 연구에서 문제점이 밝혀지고 결국 서울대의 조사가 이뤄졌다면서 이에 따라 외국에서 한국 과학계에 미치는 타격은 다소 완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스탠퍼드대의 줄기세포연구 권위자인 어빙 위스만 박사가 "인간의 난자로 작업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에 가까운 만큼 나는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내용을 소개하면서 황 교수의 '탈선'이 인간복제 분야에 다른 연구자들의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BBC방송은 인터넷판에서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게재된 '1번 줄기세포'는 인간 복제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가 아니다"라는 정명희 서울대 조사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줄기세포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BBC방송은 그러나 황 교수팀의 복제개 '스너피'는 진짜라는 사실도 소개했다. 미 CNN방송은 인터넷판에서 서울대의 조사를 통해 황 교수가 배아복제 줄기세포주장이 조작임이 드러났다면서, 이는 현대 과학사에서 최대의 은폐 행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10일 황우석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도 2005년 논문처럼 조작됐으며 제대로 확립된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를 일제히 1면 머리 또는 중간 톱 기사로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황 교수의 논문이 모두 조작으로 드러남에 따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제조가 가능한지 여부조차 확실히 알 수 없게 돼 연구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미국과 영국도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배반포에 가까운 상태까지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한국처럼 많은 난자를 사용해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제조는 불가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는 아무리 날조라도 이 정도 날조사례는 없다면서 미국 미디어 중에는 "한국의 다른 연구도 날조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날조사실이 한국에 의해 신속히 규명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검증내용을 공개해 내외 과학자가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서울대의 조사결과 자체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한국이 '생명공학선진국'이라는 신화가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황 교수의 연구를 중심으로 선진기술대국을 지향해온 한국 정부의 정책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난치병 환자의 절실한 기대를 저버린 것은 물론 첨단과학기술 자체와 과학자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행위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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