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개띠해에 띄우는 견공(犬公) 나라의 우화(寓話) 한토막.
(칼럼 글로서는 다소 부적절한 표현도 있으나 현직 장관님 입에서 정초부터 X자 소리가 나왔다기에 구성해 본 우화인 만큼 독자분들의 문학적 이해를 미리 구합니다.)
-병술년 정월 열닷샛날 술시(戌時)에 개(犬) 나라 임시 어전회의가 열렸다. 견왕(犬王)이 근엄한 표정으로 옥좌에 앉자 도승지 '푸들'이 쪼르르 달려와 읍한 채 아뢴다.
"전하, 사람나라의 형조판서(장관)가 자기네 왕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 학자나 논객들을 보고 'X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했다하여 시끌시끌하다 하옵니다."
"X라니 X가 무엇인고?"
대제학 풍산개가 머리를 조아리며 답한다.
"전하 사람들이 말하는 X란 보통 거시기를 젊잖게 표현할 때 쓰는 것이오나 속뜻에는 우리의 거시기를 비유하는 경우가 많사옵니다."
견왕이 콧등에 주름을 잡으며 성난 목소리로 일갈했다.
"뭣이라? 우리 거시기는 뼈라도 있지 뼈도 없는 X같은 것들이 감히 우리 욕을 하다니…. 더구나 올해는 개띠 해라고 백성들끼리는 너도나도 충성스럽고 영리한 우리를 본받자는 둥 덕담을 나눈다던데 판서라는 위인이 정초부터 X자나 입에 올리다니 우리 개띠 해를 X로 본다는 것인고?"
포도대장 셰퍼드가 기다렸다는 듯 나서며 아뢴다.
"전하 그것만이 아니옵니다, 얼마전 인간나라 어느 시위대가 파이프로 포졸들을 우리들 패듯이 팼다는데 시위막는 포도대장만 목이 떨어지고 포졸 가슴엔 '명찰'까지 달게 했다 하옵니다. 신이 생각건대 공권력과 치안수호의 소중함을 X도 모르는 처사라 여겨지옵니다. 전하께옵서는 저희 셰퍼드 포졸들의 공권력 수호사명도 소중히 보호해주시리라 믿사옵니다. 통촉하옵소서."
"경의 말이 옳소. 시위하는 쪽의 절박하고 부분적으로 타당한 불만과 요구는 미리미리 챙기고 최대한 풀어서 길거리에 나서기 전에 반분이라도 풀어 주는 게 다스림의 도이거늘 피터지게 싸움박질 붙여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가 포도대장 목만 떼이고 명찰 붙이고 나면 문제가 해결된 양 넘어간다면 어느 포졸이 충성스레 나라와 짐의 안전을 막고 나서겠는가. 치(治)의 도(道)를 X도 모른 처사로다. 그건 그렇고 혹시나 '견공일보'같은 신문에서 짐을 욕하거나 비판만 하는 글쟁이들은 없는지 살펴보았는고?"
'견사모'대장격인 도사견이 어깨를 흔들며 나선다.
"전하, 그런 역모를 꾸미는 발칙한 자가 있으면 제 이빨로 당장 물고를 내릴 것이옵니다. 심려치 마옵소서."
좋아할 줄 알았던 견왕이 마뜩잖은 얼굴로 진돗개를 돌아보며 묻는다.
"경의 생각은 어떠하오?"
"전하, 군왕(君王)이 조롱받듯 욕먹고 비판 받는 것은 오로지 군왕의 덕이 부족한 탓일 뿐 상소 올리는 자의 입이나 글쓰는 손이 사나워서가 아니옵니다. 나라와 백성 다스림에 있어 끊임없이 스스로 자강불식(自强不息), 국정에만 힘쓰면 어린백성이 추앙만 할 뿐 조롱거리를 찾을 틈이 없는 법이옵니다. 군왕의 길은 그래서 어려운 것이옵니다."
"역시 경은 이 나라의 명견답구려."
견왕이 말을 잇는다.
"줄기인지 뿌리인지 무슨 세포소동도 그렇소. 짐이 생각건대 스누핀가 뭔가 우리 집안식구 복제해낼 정도 솜씨면 설사 잘못이 있더라도 조용히 벌주고 기술은 계속 살려서 속죄할 기회를 주는 게 이득일 건데 오두방정 다 까발리니 나라체면만 'X망신'되는 것 같소. 경들은 혹여나 짐이 X도 모르는 치세를 할때는 논객들과 함께 백성과 나라를 위해 계속 짖어주시오."
견공들이 일제히 엎디어 답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金廷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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