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설날이 가까워오는 구나. 설날이 오면 세배를 해야지. 세배는 섣달 그믐께나 정초에 웃어른을 찾아가서 안부를 묻는 인사란다. 새해 초에 하는 절을 '새세배'라 하고, 섣달 그믐날에 한 해가 저물어 감을 아쉬워하며 올리는 절을 '묵은세배'라고 한단다.
세배에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뜻이 담기어 있지. 그래서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며, 손가짐에도 법도가 있어서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가도록 하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해서 큰절을 올린단다. 그리고 그냥 절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만수무강하십시오.' 혹은 '모든 일을 뜻대로 다 이루십시오.' 등 좋은 말씀을 올리고, 절을 받는 어른은 아랫사람에게 듣기 좋은 덕담(德談)을 내린단다. 이 때 웃어른은 '그래, 올해는 취직을 하였다며.' 하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일인데도 이루어진 일처럼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이 특징이지. 그렇게 하여 꼭 이루어지라는 격려를 담는 것이란다.
세배도 중요하지만 평소 인사를 잘 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단다. 인사는 사람 인(人), 일 사(事)이니 바로 사람이면 누구나 꼭 해야하는 일이 아니겠니?
양반만이 벼슬을 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에 천민이지만 벼슬을 한 사람이 있었어. 홍태윤이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어찌하다가 그의 조상이 짐승을 잡는 일을 하게 되어 그만 백정이라는 천민의 신분이 되고 말았지. 그러나 홍태윤은 천민이라고 하여 주저앉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였지. 힘든 일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책을 읽어 학문이 매우 깊었대. 뿐만 아니라 늘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여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하게 되었지. 그리하여 그 고을에서 가장 학문이 깊고 또한 예절바른 선비가 되었단다.
홍태윤은 그 고을 사람들의 추천에 의해 과거를 보게 되었고 우수한 성적으로 뽑혔대. 홍태윤은 맡은 일을 매우 부지런히 하였을 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도 아주 잘 하여 벼슬은 점점 높아졌지. 홍태윤은 가마를 타고 다닐 만큼 벼슬자리가 높아졌고, 마침내 임금이 계시는 궁궐로까지 뽑혀가게 되었지. 그러나 홍태윤은 가마를 타지 않고 걸어다녔고, 여전히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잘 나누었대. 어쩌다 가마를 탈 일이 생겨도 중간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가마에서 내려 공손히 인사를 하였지. 조정의 일이 바쁘지 않으면 같이 주막에 들러 간단하게 음식을 나누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였고…….
당시 많은 벼슬아치들이 가마를 타고 거들먹거린데 비해 홍태윤의 이러한 행동은 매우 겸손한 것이었어. 그리하여 처음에는 천민 출신이라 하여 꺼려하던 양반 벼슬아치들도 점점 홍태윤을 가까이 하게 되었지. 또한 홍태윤과 친구라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게까지 되었고……. 그 덕분에 홍태윤은 많은 사화(士禍)가 있었음에도 행복하게 일생을 보낼 수 있었단다.
얘야, '행복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억지로 받아오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먼저 베풀 때에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구나. 너의 행복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지 말거라.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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