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대구-부산 고속도로 개통

민족의 대명절 설날을 앞둔 25일 밤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무려 37년 동안 둘러서 가던 부산길이 직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대구 경제인과 시민들이 오래 전부터 불편함을 느꼈었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구상공회의소가 1984년에 당시 청와대를 비롯한 9개 관계기관에 첫 건의를 한 후 무려 22년 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되는 셈이다.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고속도로와는 다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고속도로는 단순히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 주는 빠르고 새로운 길이 생겼다는 의미로 다가오지만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는 기존에 있던 길을 더 단축시켰으며 민자고속도로로 건설된 만큼 정부에서 운영하는 여타의 고속도로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를 것이라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대구에 사는 대다수의 시민과 경제인들은 이번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가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의 보고서나 언론보도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들이 많다.

그러나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개통시에 장밋빛으로 나오던 여러 가지 산업연관효과나 고용창출효과 등이 지금 시점에서 냉철히 분석했을 때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 개통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개통을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준비와 대비책이 마련되고 그러한 계획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하나하나씩 실천되어질 때만 희망이 현실로 실현되는 것이다.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는 지역 경제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임에는 틀림없다. 현재 잦은 교통체증으로 인한 물류비 낭비를 가져오는 기존 경부고속도로 구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임이 분명하고, 대구와 부산 간의 접근거리가 단축됨으로 인해 대구와 부산을 아우르는 영남권 경제공동체가 형성될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부수적으로 새로운 관광수요 창출에 목마른 두 지역 간 관광객들의 교류를 통해 관광'문화산업의 동반 발전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 못지 않게 지역에서는 고려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부산으로의 이른바 '빨대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KTX 개통시 이미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빨대효과의 위험성이 예견된 만큼 이와 비교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보다는 오히려 포항의 영일만 신항만과 그에 따른 부대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부산신항은 개장되었고, 칠곡에 건설 중인 영남권내륙화물기지가 아직도 개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으로의 길이 열려 두 지역의 핵심인프라 사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는 최근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구'경북 경제공동체 구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염려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극복하고 침체된 지역경제와 지역의 이미지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오히려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은 예전부터 지리적, 역사'문화적으로 영남권이라는 동질성을 가져왔다.

이러한 동질성을 바탕으로 지나친 집중화로 문제가 되고 있는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영남권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해 서로의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생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국토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구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운송망을 가진 교통 요충지가 된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옛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모두에게 진정한 경제발전의 보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경제 주체가 한번 제대로 힘을 모아 보자.

노희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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