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cm 눈에…대구 도심기능 완전 마비

늑장 제설작업…직장마다 지각사태

불과 2cm의 눈에 6일 대구의 도시기능이 완전 마비됐다. 이날 오전 5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도로에 쌓이자 2시간 만인 오전 7시 무렵부터 신천대로, 앞산 순환도로 등 대구시내 출근길 주요 간선도로가 차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사정은 도심 주요도로와 이면도로도 마찬가지. 교통정체는 이날 오전내내 계속돼 직장마다 지각사태가 빚어졌고 시민들이 이동할 수가 없어 정상적으로 생업조차 할 수 없었다.

제설작업을 하는 대구시와 구·군청 공무원들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차 안에서, 버스승강장에서 발을 동동 구른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이날 오전 7시 무렵부터 신천대로와 앞산 순환도로 등 대구 시내 모든 도로는 '도로'가 아니었다.

수성구 시지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 최치원(37·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오전 6시 30분에 평소처럼 앞산순환도로로 출근하다 달서구 송현동 부근에서부터 차량이 꼼짝하지 못해 빠져나오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고 불평했다.

도로가 막히면서 시내버스도 제시간에 다니지 못해 모든 일터에서 지각사태가 이어졌다.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렸으나 지하철 2호선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은 이곳에서도 큰 불편을 겪었다. 대구지하철공사 측은 눈·비가 오는 날에는 습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작동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루 종일 도로에 쌓인 눈이 치워지지 않아 시내 주요 도로에는 차 안에 갇혀 꼼짝 못하는 시민들의 피해가 속출했다.수성구 연호네거리와 담티고개 사이 도로에서 이날 오전 2시간이나 갇혀있었다는 회사원 장희석(41·경산시 중방동) 씨는 "2시간 동안 제설작업하는 모습을 구경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대구시와 각 구·군청은 제때 제설작업을 하지 못했다. 전날 많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 날 오전 7시가 넘어서야 공무원들을 상대로 비상소집령이 내려졌기 때문.

대구 중구의 경우 오전 7시쯤에서야 중앙로 등 시내 중심가에 제설차량 두 대를 투입, 작업을 시작했지만 공무원들의 현장투입은 오전 9시가 다 되어서야 뒤늦게 이뤄졌다. 동구의 경우도 오전 8시쯤에야 구청 공무원들에게 비상소집령이 내려져 현장에 투입됐다.

이처럼 대구시의 제설작업이 늦어지자 119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114에는 항의하기 위해 시청과 구청 전화번호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114는 오전 8시를 전후해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국은 제설작업을 주요 간선도로 위주로 하고 지선 및 이면도로 등의 눈은 거의 치우지 못했다. 대구시가 보유한 제설기, 염화칼슘 살포기 등 제설장비도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의 불편을 키웠다. 현재 대구시가 보유하고 있는 제설용 그레이더는 겨우 5대. 그나마 동구 2대, 달서구 1대, 수성구 1대, 대구시설관리공단 1대 등으로 일부 지역만 보유하고 있어 대구 전역을 커버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대구시 재난상황실 관계자는 "오전 6시부터 비상소집령을 발동, 2천600여명의 공무원을 동원했다"면서 "하지만 도로에 많은 차량들이 밀집해 있어 제설차량이 제대로 현장에 접근하기가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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