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이번 여행은 주인공이 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대가 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한번 둘러봤지만 여수 오동도, 돌산도는 처음이었다. 특히 중국인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기쁨은 두배.
◆오동도-동백꽃, 용굴
새벽부터 설레는 맘으로 경산을 출발해 반월당네거리 동아쇼핑에 도착, 대구여행자클럽(www.tour1144.com)에서 떠나는 관광버스에 탑승해 4시간만에 여수 오동도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출발해 피곤했지만 버스안에서 부족한 아침잠을 보충했다.
오동도는 섬이지만 방파제를 쌓아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이다. 미술을 전공한 나에게 방파제를 따라가며 그려진 그림들이 이채로웠다. 갈치, 고등어, 갈매기 등을 재미있게 잘 그려놔 눈길을 끌었으며 도보로 가는 길을 심심치 않게 해줬다.
섬에 도착하자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있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봄은 아주 좋은 계절이다. 특히 남쪽 섬에서 본 동백꽃은 봄의 설레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제 개나리, 진달래, 벚꽃도 줄줄이 꽃을 피우고 완연한 봄을 느낄 것을 생각하니 절로 온 몸에 생기가 돈다.
오동도는 산책하기에 딱 좋은 코스다. 섬 전체가 공원같으며 해식동굴인 용굴(Cave of dragon), 등대가 있는 정원, 아늑한 휴식공간이 곳곳에 있다. 특히 관광객들의 건강한 산책을 돕기위한 지압길은 발에 다소 고통을 주지만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1시간가량 이 섬을 둘러보니 한국의 관광지 개발이 잘 되어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점심은 오동도 입구에 있는 전라도 한정식 집에서 먹었다. 간을 많이 한 반찬들이 너무 잤지만 매운탕은 개운했으며 가오리 반찬이 일품이었다. 가오리(Stingray)가 그렇게 맛있는 요리인지 처음 알았다. 이 반찬만 있으면 공기밥 한 그릇은 문제없겠다.
◆돌산도-향일암
점심을 먹고 한국에서 아홉번째로 큰 섬 돌산도 향일암으로 향했다. 불교 그림(탱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빨리 도착했으면 했는데 드라이브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돌산대교는 다리 자체가 현수교 형태로 아름다웠으며 섬마을 풍경도 평화로웠다.
드디어 향일암 입구에 도착했다. 바닷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잡고 있는 암자인 향일암(向日庵), 일본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해돋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신라시대 선덕여왕 13년, 원효대사가 도량을 닦기 위해 세운 암자.
중국인 친구 조우개(27) 씨와 나는 어떻게 바닷가 절벽에 이렇듯 암자가 자연과 어울어지게 만들었는지 몇번이고 감탄했다. 한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바위틈을 지나자 나온 암자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특이한 형태의 절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와 암자 곳곳에 놓인 불상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하는 모습도 경건한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나도 모르게 대웅전 문밖에서 두 손을 모으고 마음을 경건히 하기도 했다. 기도가 끝난 후 속으로 외쳤다. '한국은 참 알면 알게 될수록 아름다운 나라!' 암자 전체가 구경거리인 향일암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정겨운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이곳 명물인 돌산 갓김치를 먹어보라며 손으로 직접 말아서 입안 가득 넣어주며 '사지 않아도 괜찮다'며 미소로 외국인인 나를 맞아주었던 것. 나도 모르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따봉'이라고 답해줬다. 하지만 금세 입안이 알싸해지면서 매워서 혼났다.
밤 8시30분쯤 대구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는 관광버스 안에서 한국과 일본의 야구경기를 봤다. 이승엽 선수의 역전 홈런이 터지면서 일본을 3대2로 이겼다. 모두들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왠지 모르게 한국인이 된 것처럼 같이 기뻐했던 이유는 뭘까? 하여간 여러가지로 기분좋은 하루였다.
제프리 폴 레인(38·대구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
사진 : (위)여수 돌산도 향일암 입구에서 뒷마을을 배경으로 시원한 바닷공기를 마시며 얘기하고 있는 제프리 씨와 조우개 씨. (가운데)여수 돌산도 향일암 아래 동백꽃이 피고 있는 정원 앞에서 미국인 제프리 씨와 중국인 조우개 씨가 '이 섬은 모든 게 아름답다'며 얘기하고 있다. (아래)불교 그림에 관심이 많은 제프리 씨가 건물 밖에 그려진 신기한 그림들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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