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단내 한 비료공장에서 수 년째 심한 악취를 뿜어내 주변 공장 근로자들과 주민들이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일부 근로자들은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남이야 피해를 입든 말든 "최소화 대책을 찾고 있다"며 버티고 있고, 시 등 행정관청은 "관련법이 허술해서 도리가 없다"며 손놓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퇴비 썩는 냄새
문제의 공장은 포항공단 1단지내 비료제조업체 ㅎ사로 포스코에서 나오는 슬래그와 당밀, 피마자 껍질 등으로 비료를 만들고 있다. 최근 포항항을 통해 북한에 보낸 비료 가운데 4천t이 이 업체가 생산한 것이고 조만간 1천800t을 추가로 보낼 계획으로 조업물량이 늘면서 가동률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자주 악취를 뿜어내 고질민원 유발 업체로 낙인된 이 업체에서는 지난 15일쯤부터는 종전에 비해 더 심한 악취를 뿜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삼정피앤에이·한진택배·포항강판 등 인근 10여 개 업체 직원들은 "매캐하면서도 구역질을 유발하는 지독한 구린내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며 "대부분 업체들이 환경문제에는 자유로울 수 없어 왠만하면 그냥 넘어가는 편인 데, 이는 해도 너무 하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업체측 "인체에는 무해" 주장
급기야 17일 오전에는 악취로 인해 현대제철 등 일부 업체 여직원들은 형산강변 등지로 잠시 피신하고, 남자직원들은 마스크를 쓴채 근무하는 '비상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이날은 악취가 형산강을 사이에 두고 수 백 미터나 떨어진 포항시내 해도·대도동까지 퍼져 더 큰 민원을 유발키도 했다.
인근 업체들은 ㅎ사측 관계자를 불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나 '일시 조업중단' '조만간 악취 완화책 마련' 같은 형식적인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18일부터 인근 기업체에서는 눈이 따갑게 느껴지는 '추가증상'까지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ㅎ사측 관계자는 "평소에도 악취를 유발했고, 최근들어 비료 제조용 피마자껍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더욱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인체에 유해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5월까지 일부 시설을 개선하면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할 뿐 근본 대책은 내놓지 않고있다.
◇무대책에 시민들 분통
포항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측은 "요즘보다 냄새가 훨씬 덜했던 지난해 하반기에 수차례 민원이 들어와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 악취기준치 (1000)보다 훨씬 높은 1442가 나와 작년 11월 1일자로 개선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시관계자는 "개선권고기간(6개월)내 개선이 안되면 개선명령, 그 다음에는 과태로 50만, 70만, 100만 원을 부과하는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어 업체측이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내놓지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공무원들이 냄새가 심할 때 나와서 10분만 서 있어 보라"며 "지방선거만 아니라면 강경 조치 등 대책이 벌써 나왔을 것"이라며 선거를 틈탄 '느슨 행정'을 나무라고 있다.
인근 업체 근로자들은 "악취 등에 노출된 이후 각종 호흡기 질환이 생기거나 알레르기 비염 등이 더욱 심해졌다"며 "상당수 시민이 이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만큼 당국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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