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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지어 기증"…재미 서양화가 곽훈 화백의 '고향사랑'

"세계에서 소위 잘나가는 도시에는 획기적인 건축물이 있고 공연·전시회가 있습니다."

대구 달성군 유가면 본말리에 있는 자신의 땅 3만5천 여 평에 미술관을 지어 기증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재미 서양화가 곽훈(65) 화백은 "고향 사람들에게 문화공간과 자연환경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그 취지를 밝혔다.

'대구가 너무 비전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계기가 됐단다. "오스트리아 짤스부르그나 스위스 바젤은 인구 2만~3만 명도 안되는 조그만 도시이지만 음악회와 화랑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노래방이나 술집, 무슨무슨 가든만이 즐비하다."며 문화생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달성군은 천혜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곽 화백의 생각이다. "비슬산을 끼고 있고 금호강도 흐른다. 이렇게 청정한 자연환경을 공원화하는 등 잘만 활용하면 대구의 이미지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다.

곽 화백의 구상은 이렇다. 자신의 작품(100여 점 이상이 될 예정)을 전시할 미술관과 함께 야생화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관, 휴식공간 등을 구비할 계획이다. 미술관 건물은 국제공모를 통해 대구의 상징물이 되게 할 작정이다.

"향후 창작품들도 수시로 기증하겠다."는 곽 화백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미술품 거래와 카페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문화예술활동 재생산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재 달성군과 함께 계획의 타당성 여부 및 중앙부처 예산지원 건의 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 곽 화백은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길었지만 앞으로 구상을 실체화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여론만 조성되면 금방 가시화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을 부탁했다.

1941년 달성군 유가면 한정동 출생인 곽 화백은 30여 년 간 미국에서 활동하며 추상화작업을 통해 국내외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다완'이나 '주문', '기', '겁' 시리즈를 비롯해 옹기 설치 작업이나 퍼포먼스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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