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보자 전원 공천 비리로 보는 특검 발상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지방선거 당선자 전원 특검 실시'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깨끗한 선거 혁명을 이루려는 의지라고 받아들이려 해도, 당선자 전원을 잠재적 범법자로 모는 것은 정상적 판단을 한참 벗어났다. 그의 발상에는 현재 작동하는 선거 관련 기관과 제도를 깡그리 무시하는 집권당 대표의 오만함마저 배어 나온다.

말할 것도 없이 공천비리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돈으로 공천을 사고 팔고, 당선하면 그만인 선거 풍토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선진 정치로 간다. 지금 검찰'경찰'선관위가 공천 비리에 대해 총력적 단속 활동을 펴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얼마 전 대구를 방문한 경찰청장은 또 한번 공천비리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이런 판국에 난데없이 정 의장이 특검 운운하고 나선 것은 너무 나갔다. 특검이란 그야말로 특정 사안에 대해 관련 기관이 제 구실을 못하거나 안 할 때 빼드는 최후 수단 아닌가. 아무리 선거 판세에 쫓긴 나머지 나온 정략적 발상이라 해도, 어떻게 당선자 전원을 특검으로 청소해야 한다는 소리를 할 수 있나. 전국 후보자들의 인격과 명예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집권당 대표가 표 잃는 소리만 골라 하는 것 같아 딱하다는 생각이다.

여당은 지방선거일이 점점 다가오지만 불리한 판세가 좀체 나아질 기미가 없자 '선거 패배 이후'를 대비한 여러 포석을 놓는 모양이다. 정 의장의 '당선자 전원 청소론'도 그렇고, 서울시장 선대본부장이 벌써부터 '패배의 충격이 예상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도 그렇게 들린다. 그렇더라도 여당은 공정한 선거의 완성에 힘써야 한다. 그게 집권당의 책무다. 지금도 왜 야당에게만 공천 비리 단속이 몰려 있느냐는 눈총이 있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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