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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김선옥 作 '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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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김선옥

과수원이 서 있습니다

폐경의 자갈밭 일구신 어머니

돌 하나 풀 한 포기 옮길 때마다

바람 같은 한숨소리 잠재우고

옥수수 알갱이 같이 빽빽한 날들

사과나무 가지에 등불처럼 달아 놓곤 했습니다

어머니 병 깊어

땀에 찌든 바짓가랑이 사이

하혈하시고

배에다 인공 항문 주머니 매달았듯이

저 늙은 사과나무

누렇게 빛바랜 사과 봉지 매달고 서 있습니다

과수원 지날 때마다

붉게 생리하는

나는

지금도

탱자나무 울타리에 서면

자꾸 목젖이 저려 옵니다

이 나라가 궁핍했던 시절, 어머니는 집 밖을 떠도는 아버지를 대신해 '폐경의 자갈밭을 일구'어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옥수수 알갱이 같이 빽빽한 날들'을 '땀에 찌든 바지' 하나로 보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청춘은 덧없이 가고 '빛바랜 사과봉지 매달고 서 있는 늙은 사과나무'처럼 '배에다 인공 항문 주머니'를 매달아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되어서야 우리의 어머니가 가꾼 것은 '사과나무'가 아니라 '자식들'이었음을 비로소 알고 '자꾸 목젖이 저려 오'는 것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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