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 1천리를 가다] 고래고기 전문 '돌문식당'

"보통 음식은 손맛이라지만 고래고기는 달라요. 원재료의 질에 따라 맛이 90%쯤 결정되고 손맛은 10%도 안될걸요."

포항시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고래고기 전문 식당을 하고 있는 돌문식당 이병은(59·포항 죽도동) 씨는 "고래고기는 많이 먹어도 비만부담이 없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해서 여성 단골이 많다."고 했다. 물론 술안주로 최고여서 주당들의 발길을 붙드는 것은 당연지사라고도 했다.

"포경이 허용될 때에는 고래식당이 아예 없었습니다.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부둣가에 나가서 뭉티기(뭉치고기)를 사 집에서 요리해 먹었으니까요. 전문 식당이 생긴 것은 20년이 채 안됩니다."

이 씨는 "고래고기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특히 최고급인 '우네(목아랫살)'는 육질이 워낙 단단해 평소 만져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잘 드는 칼 쥐어줘도 제대로 썰지도 못한다는 것.

그는 수육과 육회, 전골, 우네살 등 4가지 메뉴만 취급하는데 그래도 더 맛나게 먹으려면 육즙과 씹는 느낌까지 고려해 두께는 3∼4㎜, 가로 세로 폭은 각각 3㎝ 정도가 알맞다고 했다.

원재료(고래고기) 값이 워낙 비싼 탓에 손님들은 "먹은 것도 없이 돈만 많이 들었다."고 하고, 파는 업주들은 "팔기는 팔았는데 남는게 없다."고 하는 것도 고래식당 주변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이 씨는 "20년째 장사했는데 돈을 거의 못벌었다."며 "업종을 전환하자니 잊지 않고 가끔씩 찾아오는 단골들이 걸리고 계속 하자니 타산이 서질 않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말은 이 씨뿐만 아니라 고래식당 주인들 모두 마찬가지여서, "고기값이 비싼데 이문까지 많이 붙이면 가뜩이나 줄어든 손님이 더 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맛을 제대로 내는 전문 업소에서 고래고기를 먹으려면 4인 기준으로 10만 원 정도가 기본이다. 이 씨는, 그래도 "그 까짓 것…"하면서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들을 기다리는 맛에 고래를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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